대구지검은 18일 대구지하철 참사 현장훼손은 물론 전동차 납품 및 지하철공사 운영 비리.녹취록 조작.전동차 단전 등 경찰 수사에서 미흡했던 것까지 전방위로 수사하겠다고 했다.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수위를 대폭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현장훼손과 관련해 내부 수사도 벌이겠다는 것이다.
대구지검은 이에 따라 이날 수사지휘본부를 3개 전담반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로 확대 개편해 형사1.3.5부, 특수부, 강력부 등 5개 부서의 검사 14명과 수사요원 5명을 배속했다. 특수부에는 전동차 납품 및 지하철공사 비리 수사를 맡겼다.
◇전동차 납품 및 지하철공사 운영 비리
특수부는 전동차와 내장재 구입.계약과정의 비리 여부를 중점 수사한다. 당시 납품사(전동차 1개, 내장재 5개사)와 대구지하철건설본부 관련자가 수사 대상이 될 전망. 전동차의 경우 덩치가 워낙 큰 구매 사업이어서 비리가 드러나면 당시 대구시 고위층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또 지하철공사가 수의계약을 통해 장비.소모품을 특정업체로부터 대량 구매한 사실등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현장훼손
검찰을 포함한 대구시, 지하철공사, 경찰, 국과수 등 현장훼손 관련자 모두가 수사대상이다.
먼저 수사본부는 실종자가족들이 현장훼손 책임자로 고소한 조해녕 대구시장과 윤진태 전 지하철공사 사장을 소환해 위법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수사본부는 조 시장 등을 상대로 청소와 관련된 사실 관계를 밝히는 한편 독자적으로 청소 실시를 판단했는지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만약 독자 판단으로 청소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 증거 인멸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것. 수사본부 관계자는 "형사적 책임 여부는 일단 조사를 해봐야 안다"며 "다양한 방향으로 적용 법률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안전진단 등 복구작업이 시급하다고 대구시가 요청해 받아들이긴 했어도 "청소까지는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사고 이튿날인 2월 19일 오전 지하철공사 측에 사고현장에서의 작업을 허용했고, 경비인력도 지상으로 철수시켰다. 이에 따라 현장을 보존해 초동수사에 임해야할 경찰이 잔재물 청소를 묵인한 것과 현장훼손 사실을 검찰에 보고했는지 여부에 대해 검찰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국과수의 경우 현장에서 수거돼 안심차량기지에 방치됐던 잔재물에서 사체 조각 등이 발견됨에 따라 현장 감식 및 검색을 제대로 했는지가 수사대상. 하지만 국과수는 현장보존은 검찰과 경찰의 몫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 자체 수사에 대해 수사본부 측은 "현장훼손 당시 감사가 수사지휘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사실 관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이달초 대구지검 진상조사에서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이 현장수사 책임을 경찰에 일임한 채 현장보존 책무를 다하지 않아 잔재물 청소 등으로 현장이 마구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녹취록 조작 및 전동차 단전
수사본부는 경찰이 불구속 입건한 지하철공사 감사부 직원 오모(37)씨 등 2명과 내사종결한 직원 이모(32)씨 등 7명의 수사를 전면 재실시키로 했다. 이들은 참사 당일 1080호 전동차 기관사 최모(39)씨와 종합사령팀 운전사령간의 무선교신 녹음테이프 녹취록 조작에 개입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수사본부는 당초 마그네틱 테이프가 위.변조된 사실을 밝혀내지 못해 증거인멸.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 처벌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수사본부의 재수사 착수는 어떤 형태로든 혐의를 찾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전령사령실 관계자 5명은 참사 당시 자동급전 3회 후 급전이 되지 않으면 곧바로 전동차가 움직일 수 없다고 판단해 이를 운전사령에게 통보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인명피해가 난 데 대한 수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수사본부는 18일 전령사령실 관계자 5명에 대한 보강 수사를 경찰에 지시했다. 이들의 경우 잘못된 단전 대응 때문에 승객들이 최종 대피시간을 놓치도록 했다는 과실이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될 전망이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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