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지하철 참사로 음대에 다니던 큰 딸 정경(계명대 2년)씨를 잃은 장수한(48.대구 신암동)씨. 장례까지 마쳤지만 그가 지금 떠도는 곳은 대구시민회관이다.
아내와 함께 하던 재래시장 장사 일은 손 놨다.
아내와 아들(19)은 처가로 보내 버렸다.
"가족이 모여봐야 서로 감정을 억제하기조차 힘듭니다.
울어도 몰래 혼자 울어야 할 처지입니다.
시민회관으로라도 나와야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서로 의지하며 위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장씨는 이제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없어졌다고 했다.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잠조차 들 수 없어 새벽녘에 소주1병씩 마시고 잠시 눈을 붙인다고 했다.
"작은 아이를 위해서라도 마음이 추스려져야 할텐데…". 그는 대구를 떠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어머니(62)와 둘째 딸(14)을 잃었다는 지모(43)씨. 자신이 소속한 회사가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길 없고 큰 딸(18)과 막내 아들(12)조차 장인에게 맡겼다.
그의 지금 일과는 어머니가 다녔던 절이나 시민회관 실종자가족 대기실을 오가는 것. 유해를 못찾았지만 이승의 악연에 매달리지 말고 좋은 곳에 가 편히 쉬라고 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거제에서 근무하고 아이들과 할머니는 대구에 살고 있었지요. 사고 당일 둘째 딸이 '아빠.엄마 있는 거제로 갔다 오자'고 제 할머니를 졸라 서부정류장으로 가다 변을 당했습니다.
어머니는 휴대전화로 '전동차에 불이 났다'며 '마음 굳게 먹고 잘 살아라'는 말을 남겼어요…".
중앙로역 인근 직장으로 가던 딸(25)을 잃었다는 서귀자(47.여.대구 만촌1동)씨는 하던 일은 물론 앓아 누운 남편까지 놔 두고 시민회관에 매달리고 있었다.
"식구들을 마주치기만 하면 눈물이 나고 딸 방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더라"고 했다.
유해를 못찾다 보니 집안에 남은 딸의 흔적을 지우기도 불가능하다는 것.
많은 생명들이 이승을 등진 뒤 지금은 그 가족들이 황폐화돼 가고 있다.
더욱이 그 회색빛이 앞으로도 얼마나 더 오랫동안 깊이를 더해 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가족 사이에 웃음소리나 단란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온통 절망만 남았습니다". 남은 가족들의 한결같은 절규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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