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엇을 더 잃을 것인가/창문이 떨고 있다/무심코 눈 들어 거울을 보니/내게 문득, 그가 없다'.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넋을 기리기 위해 열린 추모 문학제에서 추모시를 낭송하며 눈물을 훔쳤던 시인 박주영. 그는 얼마전 또 한번 울고 말았다.
지난 97년 갑자기 두 자녀만 달랑 남기고 '마지막 할말도 미처 못한 채' 훌쩍 떠나버린 남편에 대한 눈물이었다.
남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들을 담은 첫 시집 '문득, 그가 없다'를 내 놓으면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 것이다.
이 시집에는 어느날 이승에 대한 미련을 접어두고 가 버린 '그'에 대한 뼈저린 사무침으로 못견딜 때마다 한자 한자 적어 모은 55편의 작품들이 실려 있다.
'갈 길은 먼데 두어 군데 멈추어 서서/아이들의 짐도 부려야 하는데/그는 왜 서둘러 떠났을까...겨우 중간에서 공연을 끝내고/예고도 없이 막 내린 무대는/가늠할 수 없는 먼 거리에 있는/없는 그를 이젠 잊으라 한다/이젠 그만 잊고 나 혼자서라도/다시 시작하라 한다/다시 시작하라 한다'(모노드라마).
박 시인은 "평소 '그'에 대해 잘 해 주지 못했던 것이 너무 죄송스러워 이렇게 그리움과 반성의 시로 그간의 세월을 정리하고 싶다"면서 "이제는 무기력과 지침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과 시들을 그려 나가겠다"고 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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