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옹달샘-가정폭력 해결책 없나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혼을 전제로 남편 처벌을 원치않기 때문에 가정폭력이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포항에서 발생한 아내 인질극 사건으로 극단적인 가정폭력 문제에 대한 관련 법규의 개정과 가부장적 사회의식의 전환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7일 새벽 포항 죽도2동에서 박모(34)씨가 흉기로 아내를 위협, 인질극을 벌이던 중 경찰이 쏜 실탄을 맞고 검거된 사건은 상습적인 가정폭력이 빚어온 필연적인 결과였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결혼생활 9년동안 무지막지한 상습 폭행을 일삼았고, 심지어 담뱃불로 지지거나 둔기로 때린 경우도 비일비재했다는 것. 가정폭력 전과가 무려 6건에 이르렀지만 매번 아내가 처벌을 원치 않아 박씨는 실형을 면했다.

포항지역 여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비슷한 가정폭력 사례도 수십여건에 이른다.

실례로 지난해 심한 의처증을 가진 공무원 김모(54)씨가 가위로 아내의 머리카락을 자르려다 반항하는 아내의 두 손을 난도질했지만, 아내는 이혼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포항여성회 부설 여성폭행상담소 자료에 따르면 가정 폭력은 남편의 연령이나 교육 수준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정숙(32) 사무국장은 "30대 젊은층이나 고학력인 남편의 아내 폭행도 상당수에 이른다"며 "성장과정에서 폭행당한 경험이 있거나 심리상태가 불안정한 경우가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다 이혼 직전에 상담을 요청하는 건수는 경북 여성긴급 1366센터에만 연간 무려 1천여건에 이른다.

권은주 실장은 "아내의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폭력 남편을 처벌하는 방향으로 가정폭력방지법이 강화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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