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4일 대구국제섬유박람회 폐막

23일 폐막한 대구국제섬유박람회(Preview In Daegu; PID)는 지난해와 차별화한 소재기획으로 국내외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수준 이하의 바이어들이 많아 해외 마케팅 강화를 다음 대회의 숙제로 남겼다.

박람회에 참가한 지역 섬유업체들에 따르면 PID 사무국의 소재기획력과 참가업체들의 신소재 및 신제품은 지난해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됐지만 구매력이 크게 떨어지는 바이어들과 구색용 해외 전시업체들이 봇물을 이뤄 실질적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는 것.

업체들은 "PID는 지역 섬유업체들에게 취약한 소재기획력과 마케팅력을 동시에 지원하기 위한 전시회"라며 "아무리 소재기획력이 뛰어나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 PID 성과

이번 대회에 참가한 국내외 바이어들은 PID 사무국이 세계 섬유소재의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장 각 층마다 설치한 트렌드관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바이어 등록 및 종합상황실 운용 등 전반적인 전시회 운영에도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PID 사무국에 따르면 업체별 컨설팅을 통한 다양한 신소재 출품, 오디오 비주얼 자료를 활용한 명확한 트렌드 전달 등이 성과를 거둬 범상공, (주)신라인터내셔널, (주)백우, 동진상사 등은 매일 100여건 이상의 상담을 기록하는 등 국내외 바이어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 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해외바이어 1천206명, 국내바이어 1만2천797명, 일반인 1천298명 등 모두 1만5천301명이 참관해 이번 대회에 대한 국내외적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그러나 폐막날인 일요일엔 국내외 바이어들이 평소 4천여명에서 절반수준으로 급감, 대회 일정을 3일로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해외 바이어가 국내 바이어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데다 수준 또한 기대 이하여서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수준 이하의 해외 바이어

업체들은 제 2회 PID에 참가한 바이어들은 질과 양 모두 수준 미달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루종일 빈자리만 지키는 업체들이 많았고, 차별화한 신소재 및 신제품으로 바이어가 붐빈 업체들도 제품 복사 또는 단순 관광 차원의 해외 바이어들이 대부분이라 실속은 없었다는 것.

코오롱 영남사업부 허인규 기술지원팀장은 "10여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들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구매력 있는 바이어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며 "2억원을 들여 부스를 설치했지만 실속이 전혀 없어 대회 참가 중단까지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동우섬유 배재도 영업이사도 "상담건수는 많았지만 추가상담을 약속한 바이어는 하루 1, 2명에 불과했다"고 말했고, (주)베가 강진도 부장은 "실제 계약이 이뤄지려면 적어도 미니멈 오더 정도는 타진해야 하지만 제품만 보고 그냥 돌아가기 일쑤였다"고 했다.

업체들은 해외 바이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들 경우 몇몇 바이어를 제외하면 제품 카피에만 열을 올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제품 샘플을 가져갈 수 있는지에만 관심을 쏟고 실제 상담이나 계약은 뒷전이라 소형 캠코더로 제품을 찍어 가거나 원단의 특징과 소재 등을 적어가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 구색용 해외전시업체

업체들은 국제섬유박람회인 PID가 이름값을 하려면 세계적 해외전시업체 유치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북경, 상해 전시회만 해도 이탈리아, 미국 등지의 글로벌 기업이 해외전시업체로 참가해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바이어로 참가하지만 PID의 경우 이런 마케팅 전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번 대회만 해도 25개 해외업체 중 5개 업체가 비자 발급이 안돼 대회에 불참했고, 기대 이하의 수준으로 국내외 업체들로부터 외면 받은 나머지 20개 업체는 23일 폐막날엔 아예 참가도 하지 않았다.

업체 한 관계자는 "듀퐁, 도레이 등 세계적 원사업체 하나만 참가시켜도 그 부대 효과는 엄청나다"며 "국내 거래 업체들을 총 동원해서라도 관련 로비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책

업체들은 PID가 제대로 된 바이어를 유치하려면 해외 마케팅 일원화 및 현지 에이전트 확충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PID와 함께 바이어 유치를 전담하는 KOTRA의 경우 섬유기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 관광 차원의 바이어를 데려오는 일이 잦은 것으로 지적됐다.

경남섬유 정철제 무역부장은 "지난해 KOTRA를 통해 들어와 쇼핑만 하고 돌아간 싱가포르 바이이들을 올해 또 봤다"며 "숙박비까지 대 주면서 왜 이런 바이어들을 데려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업체들은 마케팅 체제를 일원화 해 전문인력을 보완하고, 바이어들에 대한 사전점검 및 사후관리를 강화해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바이어를 집중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전트 확보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PID사무국이 확보한 에이전트는 중국 한성무역, 유럽 엘바 등 단 2개에 불과해 대부분의 바이어 유치를 홈페이지를 통한 e메일 발송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PID 문현우 대외협력팀장은 "이번 대회부터 중요 바이어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박람회에 참가한 주요 바이어들에 대한 365일 관리 체제를 도입, 업체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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