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덩치'비해 초라한 경제 內實

한국 경제의 허약한 체질을 경고하는 자료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 경제의 근간이었던 '양적(量的)성장' 일변도 정책에 대한 반성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우리 경제의 암담한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가 전년대비 0.5% 하락한 9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00을 수출한 돈으로 95밖에 수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통계 작성 시점인 88년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하니 얼마나 싸게 수출하고 비싸게 수입했는지를 알 수 있다.

교역조건 악화는 원유 수입 단가가 오른 이유도 있지만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 및 정보통신기기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효자 종목인 IT(정보기술) 분야의 가격하락은 무역수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그런데도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시장 지배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 알맹이가 없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는 노동생산성이다.

미국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콘퍼런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국민의 시간당 GDP(국내총생산)는 14.17달러로 세계 24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노르웨이와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일본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교역규모 세계 13위에 전혀 걸맞지 않은 성적이다.

이런 낮은 교역조건과 노동 생산성으로 선진국과 어깨를 겨루고 있으니 우리가 얼마나 '물량 공세'를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제 세계 무대에서 양적 경쟁 시대는 지나갔다.

오히려 공급 과잉으로 자멸을 재촉할 뿐이다.

인건비나 주당 근무 시간은 세계 수준이면서 생산성은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으니 우리 경제의 잠재력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추진해온 구조조정에 대한 반성과 함께 외국인 직접투자와 기술개발 투자 확대, 지식기반사회 조성, 인력의 효율적 관리 없이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서둘러 '질적(質的)혁신'을 주도해 나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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