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순(45·여)씨는 올 초부터 1인4역을 해내고 있다.
가정에서는 초교생 형제의 엄마이자 회사원 남편의 아내로, 생업전선에서는 보험설계사와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 사장을 겸하고 있다.
음식 전문점은 지난 1월 초 문을 열었다.
보험설계사로 일해 월 400만원 가량을 벌어들이지만 '자투리 시간'도 이용키로 마음먹은 것. 대구 상인동 영남고 뒤편 '누메루'(넘버원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가 안씨의 가게이다.
돈가스와 스파게티를 전문으로 내세웠다.
아이들을 키우며 자연스레 이런 음식 만들기 기술이 늘었던 탓에 '장사 생각'을 하자마자 이 음식을 팔기로 결정했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개업 초기이지만 매출은 벌써 안정권으로 접어들었다.
첫달이나 지난달이나 별 차이가 없지만 지난달 기준으로 하면 월 1천만원이 넘는 매출고를 올리고 있다.
주방장과 홀서빙 등 점원 2명을 뒀으나 안씨 자신이 직접 주방을 드나들기 때문에 순수익도 괜찮은 편. 매출액의 30% 가량이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오는 것 같다고 했다.
"저는 상인동에서 9년째 살고 있습니다.
동네를 잘 아니까 이 동네에 어떤 가게가 부족한지 압니다.
작은 지구에 학교와 아파트단지가 밀집해 있지만 차를 마시거나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대화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을 알았지요. 제 가게는 이런 필요에 부합했습니다.
결국 제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았지요".
모든 장사가 그렇겠지만 음식 판매점도 입지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안씨는 말했다.
워낙 꼼꼼히 상권을 분석한 덕택에 유사 업체와의 경쟁 걱정도 없다고 했다.
택지 개발이 완료돼 가게가 들어설 곳이 거의 없다는 것.
안씨는 가게를 내는데 약 1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보증금 3천만원에 월세는 115만원. 인테리어와 내부 장비 구입비용으로 6천여만원이 들었다.
빚은 최대한 적게 내 3천만원만 금융권 대출로 충당했다.
무리한 대출은 창업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라고 안씨는 말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한다는 것.
가게 이름을 정하는 것부터 메뉴 선택 등에도 치밀함이 있어야 한다고 안씨는 충고했다.
창업에서 대충대충은 곧 실패로 이어진다는 것. "호주 시드니에 사는 친척을 통해 그곳 이탈리아 음식점에 대한 조사를 부탁했습니다.
누메루란 이름도 그 곳의 한 유명 음식점 이름이지요. 메뉴도 분석하고 개업 초기엔 이탈리아에서 수년간 생활한 유학생을 모셔와 요리를 배웠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 가게만의 독특한 메뉴도 개발해 놨습니다". 동네 가게라고 손님 수준을 섣불리 판단하면 안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안씨는 오전에 보험회사에 출근했다가 점심 무렵 가게로 온다.
그리고 바쁘지 않은 시간엔 다시 보험 영업에 나선다.
"식당업의 장점은 바쁜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지요. 남편도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라 틈틈이 가게 일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식당을 하다 보면 저절로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 분들이 제 보험 고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업도 머리를 써서 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가게도 잘되고 덩달아 보험 영업도 잘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안씨는 갈등도 겪는다고 했다.
밤늦게까지 손님이 많은 것을 보면 '더 늦은 시간까지 더 많은 손님을 끌 수는 없을까' 하는 욕심에 사로잡힌다는 것. "밤 9시 이후엔 맥주를 팔지만 11시엔 문을 닫습니다.
손님들이 아쉽다고 할 때는 저도 아쉽습니다.
그러나 선을 긋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회사로 출근해야 하니까 돈도 좋지만 지킬 것은 지키자고요".
안씨는 창업에 '체력'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도 했다.
하루 종일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손님에게는 피곤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 "주부들이 창업을 하시려면 일단 몸부터 만들어 놔야 합니다.
가게 문 열고 며칠만에 주인이 쓰러져서야 되겠습니까?"
안씨는 자신도 그랬지만 많은 주부들이 창업을 원한다며 요즘같은 불경기가 오히려 좋은 창업 시기라고 했다.
"좋은 가게가 싼 가격에 나온 곳이 많아요. 내가 잘 하는 것을 시작해 보세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어려운 것을 골라 무리하게 시작해선 안되겠지만요".
안씨는 아직 자신의 직업 탐험도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보험설계사, 음식 전문점 사장을 거쳐 앞으로는 관심 많은 인테리어쪽도 생각하고 있다는 것. "도전은 인생을 즐겁게 만듭니다.<
마흔요? 앞으로 할 것이 더 많은 나이입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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