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혼 시대'(?)

기원전 2000년경 결혼 제도가 나타난 이래 남녀 어느 쪽이든 성스러운 결혼을 파괴하는 행위는 죄악시돼 왔다.

하지만 문명의 발달, 성 개방 풍조의 확산과 함께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너무나 달라지고 있다.

근대 이후에는 결혼을 야유하고 이혼을 찬양하는 게 마치 지성의 상징인양 여겨지는 경향마저 없지 않았다.

프랑스의 작가 샹포르는 '많은 집에서는 매일 저녁 이혼이라는 괴물이 부부 사이에 누워 있다'고 했지만, '이혼은 진보된 문명 사회의 필수품이며, 그것은 그 사회에 개인의 자유와 경제 안정이 확보돼 있는 증거'(몽테스키외)라는 분석도 있었다.

▲서양의 어느 철학자는 이혼을 전제로 한 결혼 제도를 제안한 적이 있다.

20대 남자는 40대 여자와, 20대 여자는 40대 남자와 결혼하며, 다시 남자는 40대에 이혼하고 20대 여자와 결혼하고, 여자는 40대에 20대 남자와 결혼하면 이상적이라는 논리였다.

어처구니없는 발상 같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처럼 이혼이 늘어나다가는 그런 세태가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과거에는 성격 차이·가정 폭력 등에서 비롯되던 이혼 사유가 성(性)과 인격, 경제 문제 등으로 확산되면서 지난해는 1992년에 비해 무려 3배에 이르는 14만5천300건이나 됐다 한다.

이 때문에 1997년을 기점으로 일본을 앞서기 시작한 조(粗)이혼율이 영국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에 올랐다.

평균 이혼 연령도 남성 40.6세, 여성 37.1세로 10년 전에 비해 3.4세와 3.7세나 높아지는가 하면, '황혼 이혼'이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여성들이 남성 못지 않은 사회적 주체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더욱 심각해지는 모양이다.

특히 남성의 가부장적 사고와 여성의 평등의식이 충돌하는 데다 크게 늘어나는 맞벌이 가정들의 부부 역할에 대한 갈등도 그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초혼을 주력 사업으로 뛰던 결혼정보업체들마저 재혼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등 '재혼 산업'이 급성장하는 추세로 올해 그 규모는 1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가정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공동체다.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정이 흔들리면 사회의 안정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어진다.

가족의 해체로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자녀들이 성인이 됐을 때 과연 어떤 가치관을 가지게 되고, 그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또 어떻게 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역사의 흐름을 주름잡던 로마가 왜 멸망의 길을 걸어야 했던가. 가정이 무너지면서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질서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가장 발빠른 '세계화'가 '이혼 천국' 건설은 아니기를 기원해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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