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인구는 대략 250만명이다.
그리고 대구 중심의 생활권을 포함하면 약 350만명이 살고있고 역사와 문화를 같이 하는 대구 경북을 포함하면 5백만명이 넘는다.
이 정도 인구면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뉴질랜드의 인구보다 많고 세계의 부국 스위스 인구에 육박한다.
요컨대 메트로폴리탄 대구는 충분히 하나의 자율적인 경제단위가 된다.
그런데 최근 지하철 참사 사고를 계기로 대구는 참으로 초라한 도시로 전락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다른 도시의 사람들도 그렇게 보고 있을 것이다.
도시의 규모도 인천에게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권력의 산실로서의 자부심도 산업도시로서의 긍지도 상실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말이지 많은 시민들은 이미 그전부터 대구의 무기력을 걱정해왔다.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학계, 사회단체, 그리고 지역언론은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수없이 제시해왔다.
대구의 재생과 발전에 관한 논의의 큰 줄기를 보면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대구의 산업구조를 재편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으로 중앙정부, 즉 권력에의 접근 통로를 넓히자는 것이다.
물론 후자는 전자를 원활히 하기 위한 속셈도 있다.
먼저 전자와 관련하여 지역 정부와 경제인들이 이룩하였거나 추진하는 계획들이 밀라노프로젝트, 섬유산업특구지정, 벤처밸리, 바이오밸리, 위천국가공단 등이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분명 그 나름의 성과가 있었지만 주로 하드웨어적 접근이었다.
그리고 후자와 관련하여서는 최근 노무현 정권에 참여한 지역인사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들먹이며 고무적인 분위기에 젖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요컨대 세계화시대에 있어 지방의 재생과 발전의 출발점은 그런 것이 아니다.
중앙집권시대에는 시장과 도지사를 비롯하여 중앙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은 가능하면 대과없이 임기를 마치고 영전하거나 중앙부처로 가기 위해 대체로 몸 보신만 했다.
그리고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도 정치적으로 실각했을 때나 고향에 돌아왔다.
이런 행동거지는 지방자치 이후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왜 그런가? 그 이유를 사회적 유전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인간은 유전자를 담고 있는 그릇이다.
나의 행동은 나의 유전자 때문이다.
인간이 파리처럼 날지 못하는 것은 인간은 날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과 곤충의 행동이 자신이 타고난 유전자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도시도 도시의 사회적 유전자에 영향을 받는다.
대구의 사회적 유전자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대구의 도시 유전자는 정치과잉과 상인천시이다.
대구에서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질서의식이 여전히 시민의 행동을 결정하는 주요 유전자이다.
그것은 농업 정착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였다.
예컨대 대구를 떠나 타지에서 사는 사람들을 우리는 출향인사라고 한다.
그 말속에는 고향, 즉 정착사회를 외면한 사람이라는 다분히 좋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산업사회를 마감하고 지식사회와 정보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지식정보사회는 정착사회가 아니라 이동사회다.
그리고 싫든 좋든 간에 지식정보사회는 세계화를 확산하고 또한 지방화를 촉진한다.
세계화 시대, 이동사회에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는 규범은 더 이상 사농공상이어서는 안된다.
대구가 재생하려면 하드웨어적 프로젝트도, 정치적 채널확보도 중요하지만 도시의 유전자를 정착사회와 중앙집중시대의 규범인 사농공상 대신에 세계화시대에 걸맞게 상공농사(商工農士)로 바꾸어야 한다.
이동사회를 주도하는 상인(상공인)을 중시하고 관은 상인이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세계화 지방화 시대에는 도시가 중앙정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세계의 투자자들이 대구로 몰려 올 것이고 또 지역의 사업가와 우수한 사람들이 탈대구(脫大邱)를 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하기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대구의 사회적 유전자를 바꾸어야한다.
대구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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