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상찮은 불황의 늪(상)-빡빡해진 서민생활

"살기가 너무 빡빡해졌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IMF사태 때보다 훨씬 더하다는 얘기까지 공공연하다.

출퇴근 시간대조차 대구시내 곳곳에서 빈 택시들이 줄을 잇고 식당이나 술집은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주부들도 "장 보기가 겁난다"고 답답해한다.

대구지하철 참사로 정신적 공황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이라크전까지 터져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서민들의 삶이 더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택시기사 우윤택(56.대구 상인동)씨는 "출근 시간에도 손님이 없어 30분 이상 그냥 돌아다니기 다반사고 혹 타더라도 같은 방향의 3, 4명이 함께 타는 경우가 많다"며 "손님은 적고 회사 납입금과 가스값은 올라 퇴직하는 기사들이 속출한다"고 했다.

개인택시를 모는 안영호(56.대구 평리동)씨는 "작년만 해도 야간에는 술집 주변에 택시들이 꽤 몰렸으나 요즘은 술 손님이 줄어 아예 일찍 마치고 돌아간다"고 했다.

문을 닫거나 매물로 내놓은 점포도 부쩍 늘었다.

최근 두달 사이 대구 감삼동 서남시장 점포 10여개가 문을 닫거나 매물로 나왔으며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이곡동 일대도 유흥주점 절반 이상이 가게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복현동 종합유통단지 ㅇ유흥주점, 용산동 ㅂ식당, 지산동 ㄱ노래방 등도 최근 문을 닫았다.

장기동 ㅇ가든 김상훈씨는 "인근 성서공단 업체들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1주일에 1~2 차례 회식모임을 가졌지만 요즘은 보기 힘들어졌다"며 "가족 동반 모임도 거의 사라져 해 지기 전에 문을 닫는다"고 했다.

전분심(53.여.대구 수성3가동)씨는 "집주변 식당이나 옷가게 등 점포도 썰렁하다"며 "지하철 사고 뒤 남편도 술을 안마시고 일찍 집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주부들의 가계 살림도 빠듯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박정수(46.여.대구 신당동)씨는 "콩나물.두부 외에는 안 오른 게 없다"며 "야채는 올 초보다 2, 3배, 밀가루.설탕 등 대다수 생필품의 값은 30% 이상 올랐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달부터 자녀들 옷값과 간식비를 가계부에서 뺐다고 했다.

여건이 나빠져 후원이 급감하자 노인복지시설인 성로원(대구 진천동)은 최근 음식재료비나 식비 등 운영비 절감에 나서는 등 사회복지시설들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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