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좋은 법문 좀 해 주십시오".
"좋은 법문이 따로 있나? 소리있는 소리만 들으려 하지 말고, 소리없는 소리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가만히 있어봐라. 새들도 이야기하고, 바람도 이야기하고, 산도 꽃들도 이야기한다".
"스님, 좋은 말씀 좀 해 주십시오".
"좋은 말이 모자라서 세상이 이 모양인가? 부처님과 다른 옛 성현들이 넘칠 만큼 좋은 말씀들을 해 놓았지 않는가? 하나라도 실천해야지"(소리없는 소리).
지난달 29일 세수 87세로 입적한 서암 큰 스님. 열반에 들기 전 마지막까지 열반송을 묻자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라는 열반송을 남기고 큰 스님은 그렇게 갔다.
서암 큰 스님은 평생을 선에 몰두하다 흔적없이 열반송처럼 그렇게 갔지만 그렇게 간 것만은 아니다.
비록 육체의 모습은 다른 형태로 변했지만 큰 스님의 가르침은 '소리 없는 소리'(시월 펴냄)와 '어디에도 걸림이 없네' '자기 부처를 찾아'(정토출판)라는 추모책으로 소리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책들은 일찍 아버지의 독립운동으로 집안이 기울고 방황하다 열여섯의 어린 나이로 출가, 성철 스님 등 고승대덕들과 선풍진작에 평생을 바치고 열반에 들기까지 남긴 가르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어디에도 걸림이 없네'와 '자기 부처를 찾아'는 지난 88년부터 15년간 월간 정토에 실렸던 서암 큰 스님의 말씀 가운데 대표적인 것들을 골라 정리한 법어집. 참선입문에서부터 생활선의 세계와 선의 진수, 정토세상 만들기, 깨달음의 세계 등에 대한 큰 스님의 법문과 마음 다스리는 법 등에 대한 가르침이다.
특히 열반 직전까지 서암 스님의 곁을 지켰던 시자스님들이 큰 스님의 평생 가르침을 모아 추모한 책 '소리없는 소리'는 세속의 일반인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내용들. 이 때문에 '어디에도…'와 '자기 부처를…'이란 두 권의 큰 스님 법어집은 지난 2일 경북 문경시 가은읍 봉암사에서 치러진 다비식에서 참석한 스님들에게만 나눠 주었다.
그러나 '소리없는…'이란 추모책은 이날 다비식에 참여한 모든 사부대중들의 손에 한권씩을 나눠주는 '책공양'이 이뤄졌다.
떡과 우유로 점심공양을 대신한 사부대중들은 이날 한국 최고의 선원인 봉암사 산문을 나서며 큰 스님의 '소리없는 소리'를 듣느라 눈을 떼지 못했다.
스님의 '소리없는 외침'이 얼마나 큰 울림으로 되돌아 올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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