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행복하십니까'

'행복은 힘이 약하고 불행은 힘이 세다'는 말이 있다.

행복이 불행을 만나기만 하면 밀려나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는 것 같아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게 행복이다.

도연명의 '무릉도원',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율도국',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영원한 행복을 꿈꾸는 인류의 '이상향'이다.

그러나 그 세계는 인간이 끝내 도달할 수 없는 꿈의 공간일 따름이다.

행복관도 저마다 다르다.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삶의 고통으로부터의 자유'를 꼽았지만, 미국의 철강왕 데일 카네기는 '성공을 꿈꾸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 했다.

▲인간이 느끼는 행복의 정도를 숫자로 측정하는 공식이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 캐럴 로스웰과 인생상담사 피트 코언이 고안한 행복 측정 공식이 그것이다.

개념조차 종잡기 어려운 문제여서 무리일지 모르나, 자신의 돈.건강.인간관계에 대한 만족도, 변화의 적응력, 일의 성취도, 야망.인생관 같은 변수들을 공식에 넣으면 0점에서 100점까지 행복지수가 산출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감하는 행복지수가 66.5점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최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1천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같이 지난 1997년의 63.2점보다는 다소 높아졌으나 자신의 삶이 중간보다 조금 더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을 정도다.

앞으로 5년 뒤에는 77.2점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우리의 행복지수는 대학의 성적 기준으로 친다면 D학점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이 설문조사에서는 건강(70.2%)이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혔다.

그 다음이 경제적 풍요(11.1%), 배우자와의 사랑(6.5%), 신앙(5.2%), 직장 안정(2.8%), 자녀의 성공(2.6%) 순이다.

우리 선조들이 추구해온 오복(五福)도 '강녕수복(康寧壽福)'에 '덕(德)'을 갖추는 일과 '명(命)'대로 편안하게 사는 일이었다.

지금은 가족.신앙.직장 문제가 다소 중시되지만, 그 틀이 별반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여전히 행복하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나, 설령 행복지수의 공식을 충족시켰다고 해서 진정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행복과 불행은 너무나 역설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측정의 잣대를 들이댈 때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헬렌 켈러는 '인생의 모든 날이 행복'이라 한 반면 나폴레옹은 '내 인생에서 행복했던 날은 단 6일 뿐'이라 한탄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은 베트남 출신 선승 틱낫한의 '지금 여기에 충실하라'는 말을 새삼 떠올려보게 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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