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대·총선앞두고 '실탄 보충'

정치권에 후원회 계절이 돌아왔다.

내년 총선 때문에 돈 들어갈 일이 태산같은 데다 4·24 재보선, 한나라당 전당대회 등 의원들의 돈 씀씀이가 그만치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전같으면 음성적인 지원이라도 있었지만 정치관계법이 개정되면서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는 돈을 만들어 쓸 재간이 없어진 것도 그 배경이 된다.

이같은 사정은 대구·경북 지역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한나라당 의원들인 지역의원들은 당장 내달초 당대표와 지역대표인 운영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작년 최고위원 경선때는 최고 10억원 이상을 쓴 의원이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경선에 나선 의원들은 그만큼 돈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8일 임인배(김천), 10일 이해봉(대구 달서을) 의원에 이어 강재섭(대구 서) 의원은 15일, 박종근(달서갑)의원이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예정돼 있다.

다음달에는 강신성일(대구 동) 의원과 이병석 의원(포항북)이 개최를 검토중이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강재섭 의원을 제외하고도 지역대표인 운영위원을 꿈꾸는 의원들이 대구 4명, 경북 6명이나 돼 이들 중에도 다수가 후원회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후원금 주로 얼마나 걷히나=정치자금법에는 의원 1인당 선거가 없는 해에는 3억원, 선거가 있는 해는 6억원까지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강제규정은 아니다.

법인은 5천만원까지, 개인은 2천만원까지가 한도이며 100만원 미만은 영수증 없이 익명으로도 후원이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강재섭 의원이 5억1천여만원으로 최고액을 기록했다.

당시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다 강 의원이 한나라당 대구시지부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고액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박근혜, 김만제, 주진우 의원이 4억원대를 거뒀고 권오을, 백승홍, 박상희 의원은 3억원대, 윤영탁, 박세환, 임인배, 박승국 의원은 2억원대를 거뒀다.

그러나 1억원 미만을 거둔 의원도 박시균, 안택수, 손희정, 이상배 의원 등 4명이나 됐다.

의원들은 "의원 각자가 만들어 놓은 후원그룹이 십시일반으로 지원해서 그만치 되는 것이지 후원회를 해서 모금하는 돈은 많아야 1, 2억원 정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금은 어떻게 거두나=후원금을 거두는 방식은 의원 개개인마다 제각각이다.

소위 노른자위 상임위는 후원금 사정이 상대적으로 괜찮아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과거에는 상임위에 따라 후원금의 차이가 몇 배씩 차이가 있었으나 최근들어서는 격차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 국회 주변의 이야기다.

백승홍 의원은 재력가인 동생이 주 후원인인 케이스. 3만~5만원씩 내는 후원인을 다수 확보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는 동생이 큰 몫을 한다.

동생 백승정 보좌관은 출판업을 하고 있다.

경북의 주진우 의원은 사조그룹 계열사 7, 8개사의 후원이 크다.

주 의원측은 "회장이 후원회를 하는데 계열사들이 그냥 있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경북의 한 의원은 각 대학마다 있는 최고경영자과정 등 특수대학원을 이용한다.

이 의원의 경우 현재는 2곳의 대학원에만 등록해 있지만 지금까지 6, 7개 대학원을 다녔다.

30~50명 정도되는 동문기수 중 재력이 있는 동문들이 핵심후원 그룹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원들은 한번 후원회를 할때마다 주위 동문 선·후배, 친지, 친구 등에 일일이 전화를 해야 한다며 애로를 토로했다.

정상적인 모금 외에 들어오는 돈이라고 하더라도 의원들은 나중에 각종 민원을 들어줘야 할 '잠재적 민원인'의 돈이라고 말했다.

▨후원회를 안하는 의원들도 있다=지역 의원중 후원회를 않는 의원도 있다.

대부분 재력을 가진 의원들이다.

대표적으로 이상득(포항 남), 신영국(문경·예천), 박종근 의원 등을 들 수 있다.

88년 13대 당선후 4선을 거치면서도 후원회를 않던 이상득 의원은 99년에 딱 한번 후원회를 한 적이 있다.

이 의원은 "당시 미국 캠벨대에서 명예법학박사학위를 받아 축하연을 하자는 주위 권유로 후원회 형식을 빌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종근 의원도 후원회와는 거리가 먼 의원. 박 의원은 그동안 후원회를 갖지 않은데 대해 "요즘 분위기상 초청장을 내 봐도 별 소득이 없지만 납부고지서를 내는 것 같아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달말이나 내달초 처음으로 후원회를 개최하지만 "국회나 한 번 구경하자"는 지역구민들의 요구와 단합대회 성격이라고 밝혔다.

▨후원금은 어디에 쓰나=대표 경선에 나선 강재섭 의원의 경우 후원금을 이번 경선과정에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선을 위해 벌써 별도 사무실을 마련해 놓았고 자원봉사지만 직원들도 20~30명이 움직이고 있다.

또 유권자인 당원 23만~25만명에게 인사장만 보낸다고 해도 금액이 만만찮다.

지역대표인 운영위원 선출이 본격화될 경우 해당 의원들의 선거전에도 많은 돈이 투입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상당수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역의원들간의 합의를 통해 지역대표를 뽑자는 주장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 한나라당 경선과 별개로 의원들에게 가장 부담인 것은 뭐니뭐니 해도 지구당 운영비다.

야당이 대부분인 지역의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최대한 경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국회의원 1인당 6명의 보좌진이 할당돼 있지만 3, 4명만 쓰면서 나머지로는 지구당 직원들을 먹여살리고 운영 경비로 쓰는 경우도 있다.

지구당 운영비로 한달에 보통 1천500만~2천만원 정도를 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 의정활동 홍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비교적 홍보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한 지역의원은 1년에 평균 6천만~7천만원의 홍보비가 든다고 토로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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