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석-동양 대구팀으로 거듭나야

대구 동양이 2002-2003 챔피언결정전에서 원주 TG에 무릎을 꿇은 13일 오후 대구의 일부 농구팬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런데 동양 농구단을 좀 더 가까이에서 지켜본 지역 농구 관계자들은 "2연패를 달성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한편으로 잘 된 일"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번 시즌의 패배를 교훈삼아 동양이 대구를 연고로 하는 진정한 명문구단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동양은 프로농구 출범 6시즌만인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챔프전에서 내리 우승하고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정상에 올라 '명문구단'의 반열에 설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민들에게 동양은 32연패(2000-2001시즌)를 하는 등 지독히 농구를 못하는 꼴찌 구단에서 마르커스 힉스라는 걸출한 용병을 영입, 성적이 좋은 팀으로 바뀌어져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동양은 올시즌 대구 연고를 본격 선언한 프로야구 대구 삼성이나 프로축구 대구FC에 비해 팬들로부터 '우리'팀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동양의 연고지 개념은 97년 출범 초기나 98-99시즌 이후 3시즌 연속 하위권을 맴돌 때보다 더 희박해졌다.

지난해 이맘때. 대구체육관에서 구단주 등 그룹 관계자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챔피언에 오른 동양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한껏 기분을 내고는 다음날 대구를 떠났다.

우승할 때까지 6시즌을 지켜보며 성원한 대구시민들을 위한 어떤 축하 이벤트도 마련하지 않았다.

이는 구단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구단주가 지역 출신이 아닌데다 구단 직원 가운데도 대구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대구에는 선수단 숙소나 연습장은 말할 것도 없이 구단 사무실조차 두지 않았기에 서둘러 서울로 올라 가 행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에도 동양은 대구에 구단 사무실을 두지 않았다.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한시적으로 사용한 대구체육관 내 임시 사무실에는 직원 대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고 한다.

지역의 한 농구 관계자는 "동양의 구단 운영을 보면 팬 관리와 마케팅, 홍보를 중요시하는 프로팀이라기 보다는 성적내기에 급급한 실업팀 같은 느낌이 든다"며 "겨울철 잠시 대구체육관을 빌려 농구를 하고 가는 뜨내기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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