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만난 것은 지역민방 TBC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연속 주최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청문회 스타답게 특유의 솔직함과 거침없는 답변으로 깊은 인상을 심으며 지역으로 파고들었다.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밝힌 △중앙집중의 폐단 해소와 지역 발전 △압축성장의 그늘로 제기된 빈부 격차, 노동문제 해소 △성, 나이, 장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차별금지 △지방대학과 지역언론을 지역발전의 중심축으로 육성한다던 소신은 참여정부의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아직도 생생하게 귓전을 울리는 것은 지방대학이 아이디어를 내고 지역언론, 기업, 행정기관이 힘을 모아 지역발전을 이루어야한다던 주장이었다.
지방이 주체가 되는 지역발전에 대한 구상은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지역이 풀어야할 미션이다.
현실적이면서 경쟁력있는 지역개발 프로젝트를 지방이 스스로 제시하면 정부가 밀어준다는 가이드라인은 특성과 여건이 다른 지역이 각자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페놀사태, 상인동 지하철 폭발, 위천공단 조성 무산, 눈덩이 지하철 부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시원한 구석이 없어도 대구사람들은 '값싼' 눈물 대신 '비장한' 카드를 준비해 왔다.
"대구가 어렵다해도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삼성전자 모 부장), "제조업으로 돈 벌 승산이 없는 대구는 죽은 도시인데 누가 투자하냐"(서울의 모 기업체 대표), "눈만 뜨면 기업이 넘어지니…. 공장 팔아서 골프연습장이나 사우나 차려야겠다"(지역의 섬유업체 사장)는 게 대구 민심의 현주소이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 비록 대구가 11년째 지역내 총생산(GRDP)에서 전국 꼴찌를 기록하고, 젊은이들은 놀아도 서울서 논다고들 하지만 대구의 잠재 역량에 미래를 걸었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보다 인적 자원이 풍부한 대구가 변화를 받아들이고, 지역내 역량을 결집시켜 경쟁력있는 사업을 내놓기만 한다면 정정당당한 경쟁으로 정부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양성자센터 지역역량 결집 기회
이런 확신의 표출 가운데 하나가 섬유, 기계, 자동차부품, 유통으로 대변되는 산업구조를 근본부터 바꿀 양성자가속기센터의 대구유치건이다.
양성자가속기센터 유치건의 경우 참여정부의 독특한 정책제안인 지역대학의 '싱크탱크 역할론'과 지역 산(産)학(學)관(官)언(言)이 합심한 모델케이스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양성자가속기 유치후보지 최종 2군데 선정을 앞둔 지난 15일 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양성자가속기를 핵폐기물사업과 연계시킨다는 황당한 발표가 터져나왔다.
어지간하면 참고 넘어가던 대구시민의 중앙정부 정책에 대한 배신감이 거리를 뒤덮고 있다.
핵폐기물처리시설의 다급함도 알지만 이런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
노대통령의 양성자가속기사업과 핵폐기물 연계방침은 세가지 측면에서 당장 철회돼야 한다.
정치적 선택은 국가경쟁력 저하
첫째 핵폐기물사업을 양성자가속기사업과 짝지어 해결하고 싶다면 미리 그런 옵션을 밝혔어야 했다.
공정한 룰에 따라 실력에 의해 후보지가 결정되면 5개 유치지역 어느 곳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
둘째 국민의 혈세인 국비지원은 당연히 경쟁력 있는 사업과 지역에 쏟아부어 나라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대구시는 양성자가속기유치사업의 3대 핵심과제인 △예산(대구시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포스콘 1천381억원, 정부지원 1천157억원) △부지(경북대 30만평을 포함한 94.5만평) △전문인력(20개 종합대학 및 1만5천427개 산업체)까지 완벽하게 갖추어 대구시-경북대 공동사업단의 객관적인 평가점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쟁력과 생산성을 배제한 정치적 입지선택은 국가의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
셋째 참여정부가 정한 지역발전방안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려서 250만 대구시민의 신뢰를 잃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참여정부가 제시한 지역대학이 중심이 되고, 지역의 산학언관이 일치단결하여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대구시민의 신뢰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드느냐 마느냐는 바로 노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식으로 탁월한 대구입지를 외면하고, 핵폐기물-양성자 연계를 들고나와 특정지역에 대한 특혜냄새를 풍기면서 여론돌리기에만 관심을 쏟는다면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를 내세운 참여정부에 대한 대구시민의 태도가 어떨지는 명약관화하다.
최미화(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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