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행·무역 등 해외 교류 관련 분야 외에는 남의 나라 일 정도로 멀리 생각됐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경계심이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체감 수준으로 높아졌다.
대구시내 일부 보건소에 감기 증상의 시민들이 사스 증상이 아닌지 문의 전화를 하고 있는 가운데 22일부터는 계명대 기숙사 학생 180여명이 집단 발열 증세를 보여 사스 감염 여부를 밝히기 위해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구시는 성서에 있는 이 대학 기숙사생 1천450명 중 185명이 22일 밤부터 고열·오한·전신근육통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동산병원이 신고해 왔다고 24일 밝혔다.
보건 관계자는 "학생들은 교내 보건진료소에서 진료받어 약을 복용했지만 설사 증세는 보이지 않고 입원자도 없다"며 혈액·소변 등 가검물 30건을 채취해 국립보건원 및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하고 설문조사 및 의사 면담을 통해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건 당국자는 "외국인 학생이 몇명 포함돼 있으나 사스 위험지역에서 최근 입국한 경우가 없고 호흡기나 폐에 이상 증상이 없어 감염학 전공 의사가 사스 의심 환자는 아닌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사스 경계심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까지 높아진 뒤 다중시설 드나들기를 꺼리거나 바깥 나들이 때 마스크를 끼는 시민도 늘고 있다.
대구 ㅅ영화관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관람객이 10% 이상 줄었다"며 "아직은 경기 여파로 보고 있지만 사스 영향까지 덮칠까봐 우려된다"고 했고, 모 백화점 관계자도 "시즌 특성때문에 최근 들어 고객이 지난달보다 20% 가량 감소한 상태여서 추가 타격이 이어질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김상현(34·대구 파동)씨는 "국내에서도 발병 가능성이 높고 접촉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고 하니 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극장·백화점 등으로는 저절로 발길이 향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스 경계심은 중국 체류자들이 속속 귀국하면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영남대 중문과 공경신(58) 교수는 "사스 감염을 걱정해 많은 부모들이 중국에 가 있는 유학생 자녀들을 불러들이고 있다"며 "대구에 체류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도 고향에 있는 부모·친지 안부를 물으며 사스 확산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민권자 이모(38·여·대구 두류동)씨는 "사스 발생국 체류 사실만으로도 미국은 입국을 제한하기때문에 출국 일정을 앞당겼다"며, 자신처럼 앞당겨 되돌아 가려는 사람이 적잖다고 전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