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철 참사 유해 27구 추가인도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27명의 유해가 추가로 28일 가족들에게 인도됐다.

이로써 신원 확인 유해 185구 중에서는 110구가 인도되고 75구가 남게 됐다.

유해 인도 신청자는 지난 25일까지 21명이었으나 26일에도 신청자가 잇따라 총 27명으로 늘었다.

오열 속에 28일 오전 대구지하철공사 월배차량기지에서 이뤄진 유해 인도·인수에서 유가족들은 오전 9시부터 입관 절차를 시작, 오후 2시쯤 인수 절차를 마치고 개별 장지로 떠났다.

아내 이위경(42)씨를 잃은 김원선(44·대구 신천동)씨는 "사건 후 1079호 열차에서만 불이 난 줄 알고 크게 마음을 안쓰다가 '엄마에게 무슨 일이 난 것 같다'는 아이들 전화를 받고서야 심각성을 알게 됐었다"며, "직장때문에 7년여 동안 주말부부로 살다가 대구로 돌아온지 50여일 만에 아내를 멀리 떠나 보냈다"고 가슴을 쳤다.

김씨는 아내의 유해를 파티마병원으로 옮겼다가 중학생인 두 자녀의 시험기간이 끝난 뒤 다음달 2일부터 3일장으로 장례를 치르겠다고 했다.

아내 김진희(33)씨를 잃은 신승민(36·대구 신서동)씨는 "아내가 공인중개사 자격을 따겠다며 지난 1월부터 율하역에서 중앙로 학원으로 다니다 변을 당했다"고 했다.

사건 후 엄마 없이 초등학교 입학식을 치른 둘째 아이를 바라볼 때마다 슬픔이 더한다는 신씨는 아내의 유해를 곽병원 부설 모레아 장례식장으로 옮겨 3일장을 치른 후 고향 경주 감포 가족묘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아들 허현(27·대구 지산동)씨를 잃은 허우석(49)씨는 매일신문에 보도됐던 '참사 직전의 전동차 내부 모습'이라는 사진(2월19일자)을 보고 신문사로 달려 와 독자들을 안타깝게 했던 사람. 허씨는 "아직도 신문 사진 속의 인물이 내 아들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3형제 중 장남인 현씨의 죽음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허씨는 유해를 모레아 영안실에 하룻 동안 안치한 후 29일 화장해 시립공원묘지에 안장할 예정.

박종대(56·상주)씨의 아들 홍구(30·서울)씨는 "5년 전 영남대병원에서 심장판막 수술을 받은 후 통원치료 받던 아버지가 그날도 치료차 대구에 오셨다가 화를 다했다"며 울먹였다.

금슬 좋던 어머니가 충격을 받아 한쪽 귀가 안 들린다고 더 안타까워 했다.

딸 혜영(12·경산)양을 잃은 박정원씨는 "딸이 초등학교 졸업식 다음날 친구와 함께 시내로 중학교 입학 때 쓸 학용품을 사러 간다며 나간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주유진(20·계명문화대)양을 잃은 어머니 조수자(49·상주)씨는 "딸이 전공과 관련된 학원에 가기 위해 자취하던 신천동을 출발했다가 변을 당했다"며 울부짖었다.

유해 인수 현장에는 주양의 고향·학교 친구 20여명도 참석해 명복을 빌었다.

가족들은 주양의 유해를 화장해 상주 보현사에 안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허용달(69·여·대구 신암동)씨의 아들 이경호(44)씨는 "어머니가 영남불교대학에 불공을 드리러 가다 변을 당하셨다"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 홀로 3남매를 키우시느라 고생하시고도 왜 또 이런 일을 겪으셔야 했느냐"고 슬퍼했다.

가족들은 유해를 파티마병원으로 옮겨 3일장을 치른 뒤 화장해 영천 만불사에 안치할 예정이다.

맏형 변도연(33·대구 신기동)씨를 잃은 동생 변길연(30)씨는 "시내 직장에 출근하다 사고를 당한 형은 키가 140㎝ 정도에 불과해 평소에도 힘들어 했었지만 옆에서 잘 챙기지 못했다"고 가슴 아파했다.

유해는 효심병원에 옮긴 후 다음달 4일 화장해 시립 납골당에 안치할 예정.

아들 손준호(24·밀양대)씨를 잃은 아버지 경탁(54·밀양)씨는 "아이가 치과 치료를 받으려 밀양에서 올라 와 대구 도원동 병원으로 가다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유해를 밀양성당으로 옮겨 3일장을 치른 후 유골을 대구시립 납골당에 안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딸 미영(18·경북예고)양의 아버지 이우석(47·경북 칠곡)씨는 "유해를 계산성당으로 옮겨 오는 30일 모교에서의 영결식과 성당 장례미사를 올린 후 안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양의 피아노 지도교사는 매일신문 추모특집면에 '제자에게 용서를 구하며'라는 글을 실어 시민들의 심금을 울렸었다.

동생 이보환(14·대구 신기동)양을 잃은 오빠 이상호(24)씨는 "동생이 친구와 시내로 신학기 학용품을 사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친구같이 대하며 사랑하던 아이를 잃은 후 어머니가 큰 충격에 빠져 걱정"이라고 했다.

신기중학교 학생 30여명은 지난달 15일 열렸던 4차 시민 추모대회에 참석, 이양 등의 추모글을 낭독해 주변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었다.

가족들은 유해를 효심병원으로 옮겨 3일장을 치른 후 화장할 예정이다.

아버지 이명규(69·마산 회원1동)씨의 유해를 대한 막내딸 이혜란(23·여)씨의 가슴은 특히 탔다.

아버지가 자신의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고향에서 오다 변을 당했기때문. 혜란씨는 "아버지가 사고가 있기 전 전화로 오전 10시30분까지 계명대 정문 앞으로 오라고 하셨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박인환(67·예천) 이종금(64·여)씨 등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박재원(48)씨는 부모님이 모시고 살던 90살 넘은 할머니가 이제 외로이 남아 더 가슴 아프다고 했다.

장례가 마무리되는대로 할머니를 자신이 모시고 살 예정이라는 박씨는 부모님이 심장이 좋지 않아 병원으로 가다 화를 당했다고 했다.

유해는 예천 고향 집에 하룻밤 안치한 뒤 장례와 함께 29일 마을 뒤 산에 모실 예정이라고.

아내 엄경숙(34·여·대구 신암3동)씨가 미용학원에 가다 먼 길을 떠나고 말았다는 남편 고완섭(43)씨는 "실기시험에서 몇번 떨어진 뒤 지난 3월4일 있을 기능시험에서는 꼭 붙겠다며 토·일요일 외에는 매일 학원으로 다녔었다"며 눈물을 떨궜다.

유해는 파티마병원에서 3일장을 치른 뒤 예천 선산에 모시겠다고 했다.

숨진 딸 김성희(24·대구 만촌1동)씨가 최근 2번이나 꿈에 나타나 유해를 인수해 달라고 애원했다며 몸부림친 어머니 서귀자(48)씨는 "평소 남편이나 아들보다 딸에게 더 마음이 쓰이던 것도 이런 일이 있으려고 그랬나 보다"고 통곡했다.

그날 따라 딸이 지하철로 출근한다고 강조하던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고. 유해는 친구들의 전송 속에 인도된 뒤 곧바로 화장장으로 향했다.

민심은(25·여·대구 효목동)씨의 아버지 민창기(54)씨는 "사건 당일 오전 10시3분쯤 딸이 남편에게 전화해서 전동차 안으로 연기가 들어와 답답하다고 했다"며, "신혼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그렇게 갔다"고 원통해 했다.

심은씨는 자영업을 준비하느라 중앙로 미용학원에서 네일아트 수업을 받고 있었다는 것. 유해는 효심병원에 3일 동안 안치된 후 화장될 예정이다.

28일에는 박귀남(52·경산)씨의 남편 김홍씨, 이정숙(33·대구 신암동)씨의 남편 박길수씨, 배소현(20·영천)씨의 아버지 배은호씨, 김하나(17·대구 신천동)양의 아버지 김준현씨, 김분희(46·대구 지저동)씨의 남편 최양호씨, 이지영(26·대구 동내동)씨의 남편 김봉한씨, 박미영(35·상주)씨의 남편 권동습씨, 정지현(21·영천)씨의 아버지 정무택씨, 김무자(45·상주)씨의 남편 김만진씨, 이정림(21·문경)씨의 아버지 이인재씨도 각각 가족의 유해를 인수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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