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의력 교실-관점을 바꾸어 보게 하자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학교 미술 시간에 그린 그림을 집에 가져왔다.

어머니는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늘은 검은색이고, 나무는 거의 붉은색이었다.

어머니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아이에게 물었다.

"하늘색이 어떻게 검은색이니 파란색이 아니고. 그리고 나무는 초록색이어야 하지 않니?"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한다.

"밤에 보면 하늘은 캄캄하잖아요. 또 가을이면 온 산이 붉은 색으로 물든다고 하던데요" "그래도 얘야, 하늘은 파랗게 칠해야 하는 거야".

이 어머니는 사물을 한 가지 관점으로밖에 보지 못하고 있다.

주시점(注視點)이 고정돼 있고 사고는 굳어 있다.

아이는 오히려 다양한 관점에서 주변의 현상을 바라보고 있고, 시점을 자유자재로 바꾸어나간다.

창의성이 매우 높은 아이라고 할 수 있다.

몇년 전 5학년 아이들과 과학 시간에 간이 사진기 만들기 수업을 할 때였다.

아이들은 모두 문방구에서 똑같은 볼록렌즈를 사와서 사진기를 만드는데, 한 아이가 할아버지의 헌 돋보기 알을 빼내 와서 만들고 있었다.

이 아이는 주시점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며 창의력이 번뜩인다.

이런 아이는 국어 시간에도 간간이 볼 수 있다.

친구들 앞에서 백설공주, 해님과 달님, 심청전, 토끼와 거북, 나무꾼과 선녀 등 여러 고전을 기묘하게 엮어 들려주는 아이도 있었다.

이야기라면 단일 소재로 기승전결의 과정으로 엮어나간다고 생각해온 보통 사람들의 관점을 유연하게 바꾸는 것이었다.

이 역시 대상이나 현상에 대한 주시점이나 관점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창의력은 이러한 관점의 자유로운 전환 능력에서 발휘될 수 있다.

태양이 지구 주변을 돌고 있다는 지구 중심 우주관이 보편적 진리이던 시대에 코페르니쿠스는 주시점을 태양에 두고 천체를 관찰하고 연구해 지동설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또 몇년 전 어느 유명한 철학자가 TV에서 고전 강의를 재미있게 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을 때, 지방의 한 이름없는 젊은 주부는 그 철학자와는 다른 관점으로 고전을 해석해 '노자를 웃긴 남자'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금방 베스트 셀러가 됐다.

관점은 보는 사람의 입장과 각도이며, 시점(視點)은 시선이 머무는 지점이다.

안경의 색깔에 따라 세상의 색깔이 다르게 보이듯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대할 때 관점이나 시점을 바꾸어보면 다양한 측면이 보이고, 생각이 유연해지며 이것은 사고력과 창의력으로 살아난다.

특정한 속성, 이념, 사상, 신앙, 도구에만 매달려 관점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은 정신적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동원(대구시 교육청 초등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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