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미니 스커트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1905~1957)는 무릎을 두고 "인간의 육체에서 가장 미운 부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패션의 귀재인 그이지만 여성의 무릎은 드러내서는 안될 수치스런 부분으로 여겼던 모양이다.

역시 프랑스의 전설적 디자이너 가브리엘 코코 샤넬(1883~1971)이 스커트 길이를 무릎 살짝 아래 이른바 샤넬라인까지 올려 선풍을 일으키더니 마침내 1964년 영국 디자이너 메리 퀸트는 혁명적인 미니 스커트를 '발명',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비난이 빗발쳤지만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싶은 여성심리와 남성들의 호응이 맞물려 미니 스커트는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미니는 60년대 지구촌을 휩쓴 아이콘(icon)이었다.

지난 67년 가수 윤복희가 미국에서 미니 스커트 차림으로 김포공항 트랩을 내려왔을 때는 전국이 들썩거렸다.

여성해방의 한 상징이기도 했던 미니 스커트는 경기가 나쁠 때면 나타나 거리의 우울한 분위기를 씻어주는 역할을 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탓일까, 한동안 사라졌던 미니 스커트가 다시 돌아온다한다.

올해 S/S(봄.여름) 밀라노 파리 뉴욕 런던 4대 패션쇼의 톱 디자이너들은 하나같이 미니를 선택했다.

게다가 아슬아슬한 울트라 미니까지 나타나는 모양이다.

'다리 미인'이라면 지난 1930, 40년대에 멋진 각선미의 다리를 100만불짜리 보험에 들었던 독일 여배우 마리네 디트리히가 단연 손꼽힌다.

비록 디트리히는 아닐지라도 젊은 여성들이 상큼한 미니 차림으로 똑, 똑, 구두소리를 내며 걷는 모습은 언제봐도 풋풋하다.

그러나 미니는 여성들에게 커다란 스트레스를 안겨주기도 한다.

살을 빼기 위해 새모이처럼 적게 먹거나 피나는 운동으로 악전고투하는 여성들이 늘어날 건 뻔한 일. 최근 서울의 남성 10명 중 8명, 여성의 절반이 정상체중 여성을 비만으로 착각한다는 조사결과를 봐도 그릇된 미의식이 여성들을 '말라깽이 병'에 걸리게 하는 주범인 셈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 교포 청년의 말이 생각난다.

"한국에선 무조건 가느다란 다리를 날씬하다고 여기는데, 서구인들은 운동으로 적당히 근육이 붙은 다리를 근사하다고 보죠. 건강미가 넘치는 다리 말이에요. 그런 눈으로 보면 박세리의 다리도 멋지잖아요?"

다시 돌아온 미니. 짧아진 스커트 길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안 받고는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닐까.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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