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아침에 그녀는 꼭 커피를 마신다.

밀크가 아닌 블랙으로 두 잔

그녀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목욕을 한다.

때로 내 뒷자리에 앉아 잠시 창 밖을 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녀의 집은 10시가 되기 전 모두 잠이 든다.

그녀는 바지보다는 치마를 좋아하며 연분홍을 좋아한다.

도서관 저쪽 편에서 그녀가 지금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난, 그리고 난,

그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김종완 '난 많은 것을 알고 있다'부분

외길의 애정은 어쩔 수 없이 스토커(훔쳐보는 자)가 된다.

내게 전연 관심 없는 상대에 부담 주지 않으면서 그녀 몰래 향하는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여간한 인내와 사려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애정일수록 깊이 각인되어 추억 속 더 무성한 벚꽃으로 자랄 것이다.

권기호(시인,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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