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규의 한방이야기-사주팔자와 건강

옛날부터 '대병(大病)은 팔자소관이고, 소병(小病)은 관리 소홀'이라는 말이 있다.

이미 서양의학이 과학과 유전공학의 힘을 빌려 불치병 정복에 도전하고 있는 마당에 사주팔자 타령은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다.

요즘도 명리학(命理學)에 조예가 깊은 일부 원로 한의사들은 처방을 쓸 때 환자의 사주팔자를 반드시 물어보거나, 환자를 보지 않은 채 그 사람의 생년·월·일·시만 듣고도 평소 어떤 증상이 있는지를 족집게처럼 지적해 내기도 한다.

사주로 병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간단한 이치에서 출발한다.

인체의 생리상태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오장(五臟)이다.

이 오장은 오행(五行)의 원리와 연관돼 설정된 개념이다.

어떤 사람의 사주를 오행으로 분석했을 때 오행 중 어느 하나가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이에 해당하는 장부(臟腑)에 이상이 생긴다고 본다.

예를 들어 팔자에 화(火)가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죽을 때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목(木)이 그렇다면 간의 질환, 토(土)의 경우 비위(脾胃)의 질환, 금(金)의 경우 폐의 질환, 수(水)의 경우 신(腎)의 질환이 생긴다고 풀이한다.

물론 사주에 따라서 반드시 그 병에 걸린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그런 확률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이치의 근거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추론이 있지만 모든 동식물은 자연의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각 계절에 나는 과일은 그 계절에 필요한 과일이며 그 계절에 생존이 가능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사람도 태어난 계절적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질 수 없다는 전제로부터 사주팔자에 근거한 치료법이 나온 것이다.

한의학은 편벽된 성격이나 기질적 요인이 오랜 시간 쌓이면 병으로 발전한다고 본다.

특히 고질병의 원인은 대부분 성격과 기질에 있고, 성격과 기질은 타고난 것이어서 사주팔자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유전자에 사주팔자를 연결시켜 각종 질병의 근거를 밝혀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사주팔자는 질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 생활지표로서는 가치가 있겠다.

병을 무조건 팔자탓으로 돌리지 말고 스스로 성격이나 기질이 편벽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노력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경산대 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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