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아니 국내에서도 첫 환자가 발생하는등 일파만파 확산되는 추세다.
사스는 지난 2월 중국 남부 광동성 일대에 독성 폐렴으로 보이는 전염성 괴질이 퍼져 5명이 숨졌다는 홍콩 언론의 첫 보도이후 국제적 관심사로 등장했다.
이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으로 명명된 사스는 WHO 공식발표에 따르면 29일 현재 전세계 27개 국가에서 5천462명이 발병, 35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스는 아직까지 그 원인균이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추정될뿐 구체적인 치료법이나 진단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비록 '사스'라는 이름을 얻기는 했으나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괴질'로 남아있는 이유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괴질로 점철돼 왔다.
페르시아의 대군을 물리쳤던 그리스군단이 로마 군단에 힘없이 무너진 것도 다름 아닌 괴질(후에 말라리아로 추정됨)때문이었다.
116년을 서로 싸워 '백년 전쟁'이란 이름이 붙은 영·불 전쟁을 한동안 휴전시킨 것도 영국군 사이에 퍼진 괴질(흑사병) 탓이었다.
이같은 괴질은 발병 당시에는 대부분 원인을 알지 못한채 희생자만 늘어가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의료기술이 고도화한 오늘날까지도 이같은 괴질 공포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지난 1999년 2월에는 아프가니스탄 다르와즈 지방에 퍼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150명이 숨졌고 같은 해 4월에는 말레이시아에 괴전염병이 번져 111명이 사망했다.
이에 앞서 1997년에는 아프리카 케냐와 소말리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확산돼 8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고 94년에는 인도에서 원인 모를 바이러스가 퍼져 150명이 숨졌다.
또 94년에는 영국에서 살을 파먹는 괴 박테리아가 보고돼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밀어넣었다.
이 모든 사례에도 불구하고 새삼 이번 사스 사태를 주목하는 것은 우리가 소위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시대 사스는 비행기를 타고 5대양 6대주로 확산되고 있다.
발병국이 27개국에 이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스는 질병차원을 넘어 경제 재앙으로 다가서고 있다.
해외여행객 감소로 이미 상당수 항공사들이 인원감축에 들어갔고 각종 전람회, 국제회의 등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주요 경제 분석기관들은 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가 300~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피해가 구체화되고 있다.
사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가뜩이나 휘청거리는 대구 경제, 우리나라 경제, 세계 경제의 발목을 휘감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발병지로 추정되는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입 대상국이다.
과거같으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을 괴질 공포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이번 사태는 '괴질'이 바이러스성 질환이 아니라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정창룡〈경제부차장〉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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