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고위직 인사를 두고 한나라당내 보혁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정계개편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터져나온 이념 성향을 둘러싼 내분은 당의 정체성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파장을 더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터져나온 안영근 의원과 정형근.정창화 의원간의 이념갈등이 "개혁파 의원의 탈당에 명분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런 와중에 이부영.이우재.김부겸.김영춘.김홍신.안영근.서상섭 의원 등 개혁파 의원 7명이 2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국회에 제출된 '고영구 국정원장 사퇴권고 결의안' 철회와 당 지도부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당이 과거 냉전 체제의 극우.수구 노선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며 당의 보수화 경향을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당 지도부를 향해 "의원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고 원장 사퇴권고안'을 제출한 것은 민주적 절차를 위배한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불법행위인 만큼 이를 사과하고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개혁파 의원들의 이같은 '이념시비'는 대여 공세수위를 높이는 당 지도부와 정면배치되는데다 당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한나라당은 국정원장과 서동만 실장 임명 철회와 나라종금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의 성역없는 재수사를 촉구하며 1일 고 원장 사퇴권고안 카드를 꺼내 들었었다. "국회를 무시하는 일방적인 의사소통을 거부하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당내 보.혁 갈등이 정계개편과 맞물려 있지 않느냐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일부 개혁파 의원들도 "이런 식으로 가면 때가 되면 헤어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가세하고 있다. 정형근 의원 역시 최근 "고영구 국정원장 임명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계개편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수도권 재선의원은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처리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당내 이념적 마찰이 국정원 인사를 둘러싸고 더욱 첨예화됐다"면서 "일부 개혁파 의원의 탈당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을 의원은 "탈당 수순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색깔론을 두고 여야 대치가 길어지면 당내 합리적 비판세력이나 건강한 보수세력들의 입지가 좁아지게 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특히 당내 보혁갈등은 6월 전당대회가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선출된 대표와 지도부 구성, 노선 등에 따라 이념갈등이 복잡한 양상으로 비화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개혁파 의원들이 "당이 마구잡이식으로 운영돼도 되느냐에 대해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당권주자들도 견해를 밝혀라"고 압박한 것도 다분히 전대를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 초선의원은 "전당대회를 고비로 당의 이념적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수구적 이념행태를 고수할 경우 정계개편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