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은 어떤강
대구시를 남북으로 통과하는 신천은 비슬산과 최정산에서 발원돼 대구 시가지를 가로질러 흐르다 침산동에서 금호강과 합류한다.
총길이 27㎞이고 유역 면적 273㎢다.
신천의 상류지역인 오동에는 가창댐이 있으며 상류 산간 계곡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대구 시내를 가로지르는 동안 신천 위에는 성북교.도청교.신천교.동신교 등 12개의 다리가 걸쳐져 있으며, 양 옆에는 신천대로와 신천동로가 나란히 뻗어 있다.
대구토박이들에게 신천은 수십년 전만 해도 붕어를 잡고 멱을 감던 추억이 서린 곳이지만 1960년대부터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상류에 가창댐이 생기면서 수량이 줄어들어 마른강이 되고 말았다.
신천의 옛모습을 되찾고자 대구시는 1997년까지 3년간 121억원을 들여 신천종합개발사업에 착수, 결국 신천은 맑은 물이 항상 흐르는 도심 속 시민 휴식처로 다시 태어났다.
원래 신천은 팔조령을 기점으로 상동교~수도산~반월당~신명여고~달성공원을 거쳐 팔달교 부근에서 금호강과 합류하는 강이었는데 대구 도호부 판관 이서 공(公)이 홍수때마다 침수 피해가 큰 것을 보고 부임 2년후인 1778년 물길을 돌려 현재의 강줄기가 형성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보다 326년 전에 간행된 '경상도 지리지'에 이미 신천의 이름이 나타나고 있어, 대구현과 수성현 사이를 원래부터 흐르는 '샛강'을 한자화하면서 오역이 일어나 신천이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것이 학자들의 지적이다.
지난달 27일 오후에 찾은 대구 신천(新川)은 지하철 참사.경기침체.사스공포 등 숨막히는 대구에 숨통을 틔워주는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이름 모를 들꽃 위에는 하얀 나비가 쉴새 없이 옮겨 다녔고 왜가리가 물 위를 시원스럽게 날고 있었다.
강변을 달리는 사람, 바둑 두는 노인들, 다리 밑에서 춤추는 중고생들, 농구하는 아이들, 손을 꼭 잡고 산책을 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평화롭고 여유로운 풍경을 엮어내고 있었다.
◇사랑받는 신천
봄이 무르익는 요즘 신천에는 평일 1만명, 주말.공휴일엔 2만~3만명의 시민들이 찾고 있다고 대구시는 추산했다.
신천은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러 나오는 시민들로 북적대고 있으며 야간에도 가족과 나들이객들이 붐빈다.
도청교 밑에서 만난 장현준(38.대구 침산동)씨는 "대구 도심을 관통하는 신천은 둔치에 넓은 잔디밭과 다양한 체육시설을 갖춘데다 물도 맑아져 좋다"며 "굳이 시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충분히 자연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청교 그늘에서 가족과 함께 도시락을 먹던 장화연(32.대구 산격동)씨는 "신천 봄 풍경에 반해 사진도 여러장 찍었다"며 "올 여름에는 해수욕장에 가지 않고 신천에서 피서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상인동에서 이곳을 찾았다는 김세진(41)씨는 "최근 몇 년 사이 신천이 놀라보게 쾌적해졌다"며 "신천 근처로 이사오고 싶다"고 말했다.
5살배기 늦둥이와 나들이를 나온 송재일(45.황금동)씨는 "신천 곳곳에는 비둘기.왜가리 등 조류와 각종 꽃들이 만발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말까지만 해도 악취와 오염이 심했던 신천이 이처럼 많은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것은 잿빛 콘크리트 공간에서 녹지 공간으로 탈바꿈했기 때문. 2001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침산교~가창교 구간 총 12.4㎞에 19만900㎡의 잔디광장이 꾸며졌고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나무심기 작업이 시작돼 현재 14만6천여그루의 나무가 신천 둔치를 장식하고 있다.
잔디밭에는 체육시설 뿐만 아니라 놀이터와 모형 무선 조정 경기장 등이 들어서 있으며 지압 보도까지 들어서 주민들의 건강 증진에 일조하고 있다.
◇되살아난 환경
지난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신천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노력한 덕분에 강변이나 둔치에 쓰레기가 사라졌다.
1993년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8.2㎎/ℓ에서 2003년 2월 2.6㎎/ℓ 낮아저 8배 가까이 수질이 좋아졌다.
신천은 현재 하천수질환경기준 2등급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988년부터 시작된 오.폐수 분리시설 및 저수로 정비 사업과 함께 14개의 보가 설치되면서 신천은 항상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변신했다.
2001년 5월 영천댐 도수로 개통으로 금호강물 5만t과 2002년 6월 신천하수 처리장의 정수 처리수 5만t을 비롯해 자연수를 합쳐 하루 유지수를 13만t으로 끌어올린 것도 수질 개선에 한 몫 했다.
잉어.붕어.메기 등 물고기의 개체수가 늘어났고 고방오리.쇠오리.청둥오리.왜가리 등 조류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붕어나 잉어를 잡아 본 낚시꾼들은 "냄새가 나는 물고기도 있어 먹기는 힘들다"고 전하고 있다.
◇신천의 각종 시설
현재 신천에는 41만8천㎡에 달하는 공원과 주차장 3개소, 화장실 29개, 음수시설 8개, 체육시설 8개, 조경수 14만여 그루가 있다.
특히 신천 변을 가로지르는 17km 자전거도로는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생활 7년째인 맥가트(경북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주말이면 1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며 향수를 달랜다"며 "칠곡에서 가창까지 자전거로 신천 강변을 오가는 것이 최고의 낙"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도로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거나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다.
일직선으로 뻗은 데다 신천 주변의 경치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선영(28.대구 범어동)씨는 "바닥이 울퉁불퉁하지 않아 인라인 스케이트 타기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27일 오후 신천교 부근 체육공원에서 배트민턴을 치던 이정훈(16.영신고 1)군은 "일요일 오후엔 빈 장소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화장실이 부족하고 음수대가 많지 않아 불편한 점도 없지 않다.
이정호(60.대구 동인동)씨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자주 찾는 칠성교 근처에는 화장실이 하나 밖에 없다"고 말했고 최윤미(18.경상여고2)양은 "운동을 하고 나면 물마실 곳이 마땅찮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신천 과연 깨끗해졌나?
50여년 동안 신천변에 살아왔다는 정재호(62.대구 신천동)씨는 "신천이 깨끗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악취 등 공해가 심하다"며 "지금도 저녁이 되면 생활폐수 등 각종 오.폐수를 아무렇지 않게 흘려 보내는 기업이나 양심 불량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회 엄홍식 시민환경감시단장은 "악취.폐기물.수질오염 관련 주민신고가 하루 3, 4건씩 들어온다"고 말했다.
특히 신천의 발원지인 달성군 가창면에 음식점.여관 등이 대거 몰려 있고 칠성교 주변에는 칠성시장에서 폐수가 흘러 들어가고 있으며 하류에는 3공단이 위치해 깨끗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
비가 와도 바닥을 쉽게 드러내는 부족한 유량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난 27일 찾은 신천은 꽤 많은 비가 내린지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동신교와 신천교, 성북교와 도청교 사이 구간 등 곳곳에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경북대 생물학과 박희천 교수는 "신천은 유속이 빠른데다 직선형 하천이어서 많은 유지수가 필요하다.
인위적으로 하천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직선으로 하천을 개발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천변에 수초를 조성하면 생태계를 살리고 수질을 맑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은 "대구시의 신천 환경개선 사업은 아직도 하천이나 강둑의 수초를 걷어내고 콘크리트 구조물로 포장하는 원시적인 개발에 머무르고 있어 하천 자정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고무 물막이 보를 돌맹이 보로 바꾸고 친환경적이고 투명한 환경정책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