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기르던 벌들을 다 떠내려 보냈을 때는 앞으로 다시는 양봉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이듬해 5월 아카시아꽃만 피면 벌들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요".
벌수염 기네스북 공식기록 보유자로 알려진 꿀벌연구가 안상규(42·칠곡군 동명면)씨. 아카시아꽃 향기가 진동하는 5월이면 그는 자신의 세상을 만난 듯 꽃을 따라 전국을 누빈다.
사람들은 벌을 온몸에 붙인 그의 모습을 쉽게 떠올리지만 그의 맨얼굴을 제대로 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만큼 그는 '벌수염 사나이'로 유명하다.
지난해 월드컵축구 개막식때 성남시 율동공원에서 22만마리의 꿀벌을 온몸에 붙이고 세계 최초로 45m 번지점프를 하는 장면은 일본과 미국, 이탈리아, 중국 등 17개국에 방영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온몸에 380여방의 벌침에 쏘여 탈진, 곧바로 병원으로 직행하여 몇차례 해독주사를 맞고서야 정신을 차렸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다는 것.
안씨는 대구농림고등학교 1학년때 교내에서 기르는 벌을 보면서 벌 한통에서 3일만에 꿀 여섯되(14kg)를 생산하는 것을 보고 "아, 바로 이것"이라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3년동안 벌에만 매달렸고 졸업후 20통의 벌로 제주도에서 시작, 북상하는 꽃을 따라 강원도 민통선까지 가는 일을 23년동안 계속하고 있다.
양봉을 시작한 후 타지로 떠돌아 다니면서 지역 텃세와 자리차지를 위해 다른 양봉업자와 혈투를 벌이는 것은 다반사였다.
특히 산속에서 천막생활을 하던 중 아침에 일어나 보면 천막안에 뱀이 들어와 있기도 하는 등 에피소드가 많다.
97년 셀마태풍이 몰아쳤을 때 경북 북부지역 영양계곡에서 폭우에 벌통을 다 떠내려 보낸후 "더이상 양봉을 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지만 이듬해 봄 꽃이 피기 시작하자 도저히 견뎌낼 수 없었다는 것.
자신의 이름을 딴 '안상규벌꿀'로 상표를 등록, 품질을 장담하는 그는 2개소의 전문매장(칠곡군 동명면 학명리 본점과 대구 수성구 고산 월드컵경기장 가는 길의 매장)에서만 판매를 할 뿐 시중의 백화점이나 도·소매행위는 하지 않는다.
안씨는 "우리나라에서 양봉산업의 전망이 밝아 양봉이 훌륭한 직업이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양봉기술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없다"며 앞으로 양봉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양봉전문 대안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꿈이다.
특히 "50대 이후의 퇴직자들에겐 부부가 취미로 즐기면서 경제적인 생할을 할 수 있다"며 적극 권하고 있다.
"가끔씩 벌에 쏘여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는데 벌에 쏘인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 편도선이 확장돼 질식하는 경우이므로 병원으로 옮기면서 인공호흡과 함께 찬수건과 뜨거운 수건을 번갈아 배꼽주위를 맛사지해주면 소생이 빠르다"고 비방을 귀띔해준다.
칠곡군의 대표적인 축제인 '아카시아 벌꿀축제'의 단골손님이기도 한 안씨는 이번 축제에 참가, 벌수염을 선보인 후 곧바로 아카시아꽃을 따라 벌과 함께 북상할 채비를 차리고 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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