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나는 옳고…

노무현 대통령이 아직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아닐 당시 인터뷰에서였다.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노 대통령은 여타 후보와 마찬가지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서"라고 말한 뒤 "그렇게만 말한다면 아무래도 거짓말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며 권력에의 의지와 욕망 등 인간적인 부분을 길게 부연 설명했다.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라는 말만 한다면 우선 나부터 액면 그대로 믿겠느냐"는 농담을 곁들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서 변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대한 외면이 대선 실패로 이어졌다며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고 한다.

물론 내년 총선에서도 여전히 한나라당의 승리를 점치는 이도 있으나 한나라당 사람들의 대부분은 변화의 노력을 보이지 못한다면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변화의 부분에서 제일 먼저 거론되는 게 나이다.

50대 의원은 "60대 이상은 이제 용퇴해야 한다"고 하고 60대는 70대 이상을 겨냥하고 있다.

의사당 진출을 꿈꾸는 신진들도 나이 많은 의원의 지역구를 노린다.

노령으로 지목되는 의원들도 변화를 이야기한다.

선동이나 말만 내세우는 정치풍토를 비판하며 정치의식의 변화와 한나라당의 환골탈태를 요구한다.

젊음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경륜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원들의 나이가 20대든 70대든 변화를 말하는 이들의 전제조건은 "나는 빼고"다.

"나만 빼고"변화해야?

신당 추진 열풍에 싸여있는 민주당내에서는 '통합'에 대한 의미가 의원마다 조금씩 다르다.

민주당의 색깔을 바꾸지 않고서는 다음 총선을 기대할 수 없다며 신당을 추진하는 열성파들은 이른바 국민통합을 주장한다.

지역과 국민 계층간의 갈등을 통합할 수 있는 정당을 강조한다.

그러나 신당 추진의 타깃이 결국 자신들을 소외시키려는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통합을 당내 모든 계파의 통합으로 이해하며 '뺄셈 신당'은 안된다고 한다.

한쪽은 지역통합, 국민통합을 주장하며 인적쇄신의 필요성을 암시하고 한편은 당내 화합과 의원통합으로 외연을 넓히자며 밀려나지 않으려고 맞선다.

노 대통령이 어버이 날 국민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놓고 정치권이 발칵하고 나섰다.

잡초 정치인을 솎아내야 한다는 부분을 청와대는 "정치권에 대한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사전 선거법 위반', '국민선동', '정치적 테러'라며 공격하고 있다.

인적 청산을 통한 신당추진의 속내를 드러냈다고 여기는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도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얼마전 한나라당은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를 괴롭혔던 '20만 달러 수수설'과 '빌라 구입 자금 의혹'및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등 이른바 3대 의혹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거짓말로 정권을 뺏아갔다고 민주당을 공격했다.

노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는 "대통령 당선 후 고급승용차를 마련했다"는 발언을 한 한나라당 인사를 고소하기도 했다.

유머 사라진 우리정치판

대구를 둔 평가도 각양각색이다.

민주당이나 정권 주변 사람 중 정치적 선택에서의 대구의 변화를 점치는 인사들도 있고 여전히 대구의 변화는 요원하다고 여기는 이도 있다.

한나라당 의원 중 대구.경북의 내년 총선 참패를 점치는 이가 있는가하면 민주당 인사 중 대구에 대한 노력은 무의미하다는 회의론자도 없지 않다고 한다.

모두가 '나와 우리'를 기준으로 한 평가지만 따지고 보면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대구의 정치적 선택이 부른 결과다.

정치권의 경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건이 나오는 정당의 논평에서는 원색적이고 공격적인 단어만 보이고 교과서에서 배운 정치 유머는 우리 정치판에서 아예 찾아 볼 수 없다.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라면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논리에 움직이는 우리 정치권은 과연 몇 점을 받을까.

서영관(정치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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