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포항지부에서 시작된 파업(연대측은 '휴업'과 섞어쓰고 있음)이 부산과 울산, 경기지역 등 전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자 이처럼 상황을 악화시킨데는 정부가 화물연대의 성격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는 등 초기대응 부실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관련부처 내부에서 쏟아지고 있다.
◇노동문제 아닌 사회문제= 최근 운송거부를 통한 물류마비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단체는 각 지역별로 구성돼 있는 '화물연대'다. 화물연대의 정식 명칭은 '화물운송특수고용자연대'이며 구성원들은 법적으로 자기명의 화물차를 소유하고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가 아닌 개별사업자(지입차주)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이들의 노동자성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일 포항을 시작으로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간 이후 정부의 대응은 절망할 수준이었다. 상황파악이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는 지적도 쇄도했다.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의 운행거부는 파업이라기 보다는 휴업으로 봤어야 한다는 지적도 그 중 하나다. 물류마비라는 현상은 같지만, 이들이 개별사업자라는 점에서 파업보다는 휴업이 더 합당했다. 의약분업 갈등 당시 개업의사들이 병원문을 닫은 것과 같은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
이같은 상황판단 잘못은 일부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노동조합이 아니고 따라서 노조원이 아닌 지입차주들에게 '노조원'이나 '조합원' 등의 표현을 사용, 정부가 노사문제로 오판토록 유도했으며 '적정한 운송 수익보장'이라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일반 제조업 노조의 '춘투' 정도로 호도했다는 비난이 그것.
이런 일련의 상황속에서 정부는 이번 사태를 노사문제로 판단하는 듯한 인상을 줬고 이 바람에 사태가 악화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화물수송 제도상의 문제가 본질이어서 처음부터 건교부가 총대를 멨다면 매듭도 빨리 풀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방향잃고 실기(失機)한 공권력=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포항사태 초기 직접 피해 당사자인 포스코 등 공단업체와 일부 시민들은 경찰 등 공권력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지입차주들의 주장은 이해하지만 출입문 봉쇄와 비노조.비연대 소속 차량에 대한 운행방해 등 무법천지 사태를 방관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 일시적이지만 공권력 무용론까지 대두했었다.
이후 포항에서는 운송사와 운송하역노조.화물연대 등 당사자들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은 이번 사태의 해결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의를 가졌다.
하지만 부산의 경우는 공권력이 방향을 더욱 잘못 잡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항사태 이후 쏟아진 공권력에 대한 비난을 면하기 위해 '공권력 투입'을 서두르면서 한자리에 모여있던 지입차주들을 흩어지게 만들어 구심점조차 잃도록 만들어 버린 것.
부산에서는 14일에도 공권력 투입을 공언하고 있고 언론도 이같은 방침을 보도하고 있지만 화물연대의 경우 일반적인 제조업체와 달리 특정하게 소속된 사업장이 없는 현실에서 어디에 공권력을 투입할 것인지조차 모호한 상황이 돼 버렸다.
화물연대 소속의 한 차주는 "뛰면 뛸수록 손해여서 적자를 줄이기 위해 운전대를 놨을 뿐"이라며 "무슨 근거로, 어디에다 공권력을 투입한다는 것이냐"고 비아냥투로 반문했다.
◇미흡한 대처가 파생시킨 문제들= 하역노조는 '지입차주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법부의 판단(판례)은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이들의 성격규명은 행정부의 몫이 아닌 사법부의 법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될 뿐이다.
하지만 정부가 초기에 노사문제로 오판하면서 광양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운송사-화물연대간 합의서에 '단체협약'이나 '조합원' 등 노사문제에 국한되는 용어들이 등장하기도 했고, 현재와 같은 운송사-지입차주간 알력사태를 매년 되풀이해야 할 소지를 남겼다.
노동부의 한 공무원은 "말을 잘못하면 부처간 이기에 사로잡혀 책임회피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까봐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정부의 초기대처 잘못이 문제를 확대시킨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또다른 공무원도 건교부, 노동부, 산자부, 행자부 등 관련 부처의 이기와 관할권 다툼을 조정하고 통괄할 기구가 파국을 앞둔 현시점까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한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포항사태가 최악의 상황을 맞도록 현황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던 정부가 전국물류 마비상황을 앞두고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기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운송사들에게서 흘러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정출
이상원
유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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