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람개비-지역정서

주택·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로서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아파트값이 어떻게 되겠느냐?"는 것. 대답은 당연히 "글쎄요!" 이다.

현재의 부동산시장은 IMF 때 보다도 더 불안한 형국이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정답을 내놓지 못한다.

경기가 나빠 백화점과 시장의 물건이 안 팔리고, 택시승객이 없으며, 미용실 손님이 줄어드는 등 불황이 이달 들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경제불안 탓인지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없어 부동산시장은 '무기력(無氣力)' 그 자체다.

재건축시장도 마찬가지다.

건설사들이 재건축사업 수주를 위해 높은 보상가격을 제시하면서 가격을 크게 올려놓았지만 '위험수위'라는 인식이 팽배,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어진 상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IMF때와 비슷한 장세로 가는 징조로 보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며칠 전, "대구지역의 중대형 평형대 아파트 수요자가 바닥나 해당 평형대가 잘 팔리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쓰고 난 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기사 때문에 동생이름으로 사놓은 '메트로팔레스' 아파트 54평형의 프리미엄(웃돈)이 떨어지게 됐다"며 흥분했다.

이렇듯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법도, 공익도, 질서도, 양심도 깡그리 무시하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재건축 추진 중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 지역업체에 일을 조금이라도 주려고 애를 써봤지만 개인이익을 우선하는 조합원들에게는 '지역정서론'자체가 통하지 않더라"는 한 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요즘 극도로 과열돼 있는 지역아파트 재건축시장을 돌아보면서 더 이상 지역정서에 연연, "우리가 남이가"를 외쳐선 안될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울의 건설사와 겨루며 수주전에 나선 지역건설사들이 "지역업체가 맡아야 자금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지만 소리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주민들은 어느 업체든 상관없이 내 재산증식에 어느 업체가 도움이 되는지를 따질 뿐이다.

주택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역정서 떨치기'는 지역의 살림살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외지업체들의 진입은 알게 모르게 내재돼 있는 지역의 배타성과 보수성을 타파하고 경쟁력을 키운다는 측면도 있지만 지역의 각종 개발사업을 모조리 내주면서 지역의 관련산업 몰락과 함께 경제위축을 가져오고 있다.

지역업체 대신 외지업체들이 아파트사업을 싹쓸이하다보니 분양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대구시가 입법예고한 '국토법' 관련, '도시계획조례'도 서울시에 준한 내용으로 채워 상가과잉 및 주택공급난 등에 처해 있는 대구지역 주택시장의 현실을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주력산업을 바탕으로 한 튼튼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확고한 '지역정서'가 개인의 이익이 아닌 지역사회와 공익을 위한 일에 반영돼야 한다.

경제부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