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각지의 한인가정을 찾아다니며 후손사회 결속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한인회장 헤로니모 임 김(77·사진)씨.
아바나 동쪽 외곽에 있는 그의 집에 걸린 쿠바 최고등급인 2개의 내무성 훈장을 비롯한 10여개의 훈장,지하투쟁 기념메달, 쿠바공산당 창건당원증, 동아바나지역 인민위원장 당선증 등이 쿠바혁명과 함께 한 그의 이력을 대변한다.
헤로니모씨는 "내가 아바나 법대생이 되자 쿠바는 물론 멕시코 메리다의 한인사회까지 민족의 경사로 여기고 모금운동을 벌여 입학금을 대줬다"며 "한인들을 최하층민으로 살게 한 1940~50년대 독재정권의 폭정과 부패를 용납할 수 없었고 쿠바의 개혁을 위해 반정부 투쟁과 쿠바혁명에 나섰던 만큼 후회는 없다"고 회상했다.
고위 관료생활을 하며 잠시 체 게바라 밑에서도 일했던 그는 "5년 전 공직을 물러나 정부의 배려로 21년된 옛 소련제 프라다 승용차로 택시영업을 하고 있다"며 "쿠바는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못하고, 경쟁도 자극도 없는 비효율적인 사회"라고 현실비판에도 거침이 없었다.
지난 67년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과 원산 등을 둘러보고, 95년엔 쿠바 한인대표 자격으로 서울에서 열린 광복 50돌 한민족축전에도 참가했다는 그는 분단의 생채기로 인해 쿠바 한인사회가 피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인사회 단결과 권익신장을 위해 1950년대 말께 활동이 중단된 한인회의 재건이 시급하지만, 현재 자신을 회장으로 해 아바나의 일부 중산층 한인들을 중심으로 갖고 있는 모임은 쿠바정부의 공식승인을 받지 못한 임의단체여서 비밀리에 모이며 재정지원은 꿈도 못꾸는 등 제약이 많다는 것.
그는 "쿠바정부는 중국인과 일본인 단체만 승인하고, 한인회에 대해선 남북통일이 이뤄지거나 남북한의 동시 인정이 있어야 승인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아바나 주재 북한대사관도 경제난 등으로 수년간 동포사회의 협조요청을 철저히 외면하고 관계마저 끊어 한인사회 단결과 정체성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아바나=강병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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