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신용不良사회' 속수무책

우리나라가 '거대한 불량사회'로 치닫고 있다.

개인 신용불량자가 마침내 300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은행연합회는 4월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가 308만6천명으로 3월말에 비해 12만9천여명이 늘었다고 밝혔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3%가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 셈이다.

'신뢰'가 생명인 현실 경제에서 신용불량 낙인자 급증은 곧 우리의 미래가 참담하다는 사실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신용불량자 양산은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활성화 정책이 빚어낸 그늘이다.

지난 몇 년간 달콤한 열매를 따먹었지만 결과는 이렇게 우리사회를 '불신 덩어리'로 만들었다.

더욱 참담한 것은 이런 거대한 불량의 수레바퀴가 굴러가고 있는데도 속도를 늦추지 못하고있는 당국의 무능함이다.

300만명 돌파는 이미 지난달에 예견됐다.

그런데도 지난 4월 불량자 증가폭은 4.37%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내 400만명 돌파는 시간 문제다.

신용불량은 당분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할 20, 30대가 150만명으로 전체의 50%에 달해 우리 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이 바늘구멍이고 서울의 청년실업률이 9.5%인 상황에서 젊은층의 신용불량은 지속될 것이다.

아니 젊은층은 이제 열정조차 잃고 있다.

뿐만 아니다.

과거 두차례 단행된 신용사면 조치로 신용불량기록이 삭제된 사람 중 다시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비율이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불량에 대한 '사후관리'가 이 정도니 불량이 불량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이 아닌가.

경실련 정책위원인 홍종학 경원대 교수의 "정부가 신용불량자에 대한 구체적 자료도 갖고 있지 않으며 연체율을 토대로 한 3~6개월간 예측분석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는 질타에 수긍이 간다.

이제 피상적인 개인워크아웃제로는 신용회복에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신용불량은 북핵이나 사스(SARS)같은 외부 변수보다 더 무서운 우리 '내부의 적'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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