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물급 인사 처리 신호탄?

송두환 특별검사팀이 20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한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긴급체포한 것은 이씨를 사법처리할 만한 주요 단서를 포착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송두환 특검은 "(이씨의) 어떤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고 말한 뒤 '새로운 혐의가 나온 게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 나온 것은 아니다"고 답해 이를 뒷받침했다.

산업은행의 현대상선에 대한 4천억원 대출이 이뤄진 2000년 6월 당시 산은 총재였던 이씨는 현대상선 담당이었던 박상배 당시 영업1본부장의 보고를 받고 대출의 전결처리를 허락했으며, 이 과정에서 청와대 등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특경가법상 ' 업무상 배임'은 금융기관 종사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해당기관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을 때 적용된다.

따라서 특검팀이 산은 내규를 위반해 대출을 전결처리한 박상배씨가 아닌, 박씨와 함께 대질조사를 받던 이씨를 먼저 긴급체포한 것은 이씨가 현대상선에 대한 부적정한 대출이 산은에 피해를 끼칠 것을 알면서도 대출을 허락 또는 지시했다는 중요한 단서를 포착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특검팀은 그동안 이씨에 대한 소환일정을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늦추는 등 이씨조사를 위해 철저히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특검조사에서 정확히 어떤 내용의 진술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특검 관계자는 20일 오후 "이근영씨가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아직 고민 중인 것같다"고 말해 적지않은 단서로 이씨를 강도높게 추궁 중임을 시사했다.

특검팀의 이씨에 대한 긴급체포는 그동안 한달 조금 넘게 진행된 특검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 청구가 가능한 사전절차로 긴급체포된 이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북송금 의혹사건에 연루된 거물급 인사들에 대한 신병처리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특히 특검팀 소환을 앞두고 있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을 비롯,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등 전.현직 현대 경영진의 경우 배임의 공범으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이씨가 부적정한 대출임을 알면서도 사실상 묵인한 배경과 관련,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기호 전 경제수석,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 국민의 정부 핵심실세들을 상대로 이른바 '대출외압의혹'에 대한 특검수사도 강도높게 진행될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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