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달라진 '大學 축제'

'상아탑'이라 일컬어지는 대학의 5월 축제는 그 시대를 반영하며, 젊은층 문화의 풍속도를 그려 왔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1960년대에는 이화여대의 '메이퀸 대관식'이 비민주성과 여성 인격 모독 등을 지적하는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쳐 1978년에 폐지됐지만, 낭만이 넘치던 그 시대에는 대학 축제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였다.

1980년대 이후엔 시대의 어둠을 깨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감이 시위로 시작해서 시위로 끝맺는 축제를 낳는 게 다반사였다.

새로운 세기 들어서는 '우리도 재미 있자'가 화두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5월 축제들이 한창인 요즘 대학가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운동권 스타일의 축제 문화가 사라지고, '놀고 마시고 즐기는'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시위 현장 같았던 386세대와는 물론 얼마 전까지의 스타크래프트 경연장 같았던 즉흥적.향락적 놀이판도 시들해졌다.

반면 청춘의 감정을 비교적 솔직히 드러내면서도 개인과 사회, 관람과 참여가 조화를 이루며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이 뚜렷하다.

▲대구가톨릭대는 오늘부터 3일간 열리는 축제를 장학금 전달, 불우 이웃 돕기, 장애인 초청 등 지역민과 함께하는 행사 위주로 바꿨다.

23일까지 축제를 여는 경북대도 사회복지학과가 '캠퍼스 백세주막'을 열어 수익금을 장애인 돕기에 쓰려는 등 지역민과 호흡하는 행사를 갖는다.

영남대는 전국 8개 대학과 대구U대회 성공 기원 응원제를, 대구대는 장애인 체험행사와 시각장애인 안내견 시범 등을 마련한다.

▲대학가의 이 같은 축제의 지각 변동은 2000년 이후 몇 년과도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소위 'N세대' 'i세대'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인터넷 게임이 단골 메뉴에서 빠지는 경우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이버 문화'라는 그들만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자기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하는 한편, 사회 문제에 대한 '필요한 만큼의 진지함'마저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 현상을 바람직하다고만 할 수 있을는지는 모를 일이다.

대학 축제들이 놀이문화 위주에서 주민들 곁으로까지 다가서면서 건전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지만, 과연 '왜 그렇게 달라지고 있는가' 하는 원인들 중에는 석연찮은 면도 없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잘 알고 있다시피 지방 대학들의 신입생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져 위기를 맞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제 대학의 축제마저 학부모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친밀한 이미지를 심는 등 '학교 알리기'에 주어진다면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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