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기조발언 파문...남북경협위 난항

제5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가 북측의 난데없는 '헤아릴 수 없는 재난' 발언으로 인해 3일째 일정이 진행되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남측 대표단은 북측이 회담장에서 한미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을 문제삼아 비난공세를 펼치고, 당초 비공개로 약속했던 기조발언 내용을 자국 언론을 통해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상호신뢰와 상호존중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고, 이에 대한 '납득할만한' 해명을 듣고 다음 일정을 진행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21일 오전 10∼12시로 예정됐던 제2차 전체회의는 이날 오후 현재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의 중요한 목표중 하나가 '새로운 회담문화'의 정착"이라며 "특히 당국간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던 전체회의 기조발언을 북측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지난 9,10차 장관급 회담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로 이번회담에서는 북한의 이런 태도에 대한 분명한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측은 지난 2월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9차 장관급 회담에서 기조발언 내용을 남측 취재진에게 흘렸는가 하면 지난 4월 평양 고려호텔에서 개최된 10차 장관급 회담에서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기조발언 내용을 조선중앙TV로 보도한 바있다.

남측 대표단 대변인인 조명균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전날 오후 수석대표 접촉에서 북측의 성의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 만큼, 북측의 대답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광림(金光林) 재정경제부 차관도 이날 오전 "내일(22일) 귀국하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고 밝혀, 회담 일정이 지연되더라도 '헤아릴 수 없는 재난' 발언과 기본연설 내용공개에 대한 분명한 해명을 듣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남측은 그러나 이번 회담이 결렬될 경우 북핵문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남북 당국간 대화 단절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가능한'성의있게' 회담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94년 3월19일 판문점에서 열린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북측 박영수 대표가 "서울이 여기에서 멀지 않소. 전쟁이 발발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될 것이오"라고발언하면서 회담은 결렬됐고,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핵문제가 언제 해결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남북 당국간 대화채널 유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며 대화채널이 유지되려면 남북간에 상호신뢰와 존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북측의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측은 박창련 단장의 '헤아릴 수 없는 재난' 발언에 대해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추가적 조치'가 군사적 조치를 의미하고,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한다면남측도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원론적 수준의 설명이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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