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입차주들과 화물 운송 대금 인상을 합의한 게 지난 2월입니다.
합의한지 몇달이 지났습니까? 기막히고 답답할 뿐입니다.
온 직원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데 외부의 엉뚱한 이유로 기업이 위기에 처한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됩니까".
지난 물류대란때 캔 원료인 알루미늄 판과 은박지 등 알루미늄 호일을 생산하는 경북 영주시 적서동 알칸대한(주)의 이병두 총무부장은 제때 제품을 출고하지 못해 애태운 것을 회상하면서 가슴을 쓸어 내린다.
수출물량을 맞추려면 조업은 계속해야 하고, 생산된 알루미늄 코일은 주차장까지 모자랄 정도로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직원들은 행여 일자리를 잃게 되는 건 아닌지, 임원들도 또다시 회사가 적자의 나락으로 다시 떨어지는 건 아닌지, 당시 이 회사 500여명의 임직원들은 하루하루를 가슴 졸이는 조바심으로 보내야 했다.
지난 1999년 주인이 바뀐 뒤 매년 시설투자를 해오느라 연간 1천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감수해 온 이 회사는 올해부터 동남아와 국내 시장이 회복되면서 올해는 가까스로 적자를 면할 수 있는 원년이 될 거라는 기대에 차 있었기에 이번 화물연대 물류대란은 생각지도 않은 날벼락.
지난 12일부터 제품 출고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14일까지 이틀만에 무려 8천여t의 알루미늄 코일이 재고로 쌓였다.
하루 이틀만 지나면 재고량 1만t이 넘는 포화상태로 조업이 완전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었다.
하루 18억여원씩 이틀만에 무려 36억여원이나 매출 손실을 봤지만 가장 큰 손실은 국내.외 거래 고객들로부터 신용을 잃게 되는 것. 물류대란 속에서도 경찰의 보호아래 수출 화물 운송을 시도해 보려 했지만 말로만 가겠다던 화물트럭 운전자들은 온종일 감감 무소식이었다.
만성 적자에서 헤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던 생산업체. 연 매출 5천억대로 내수 60%, 동남아 시장 20%를 점유하고 있는 경북 북부지역에선 최대 기업인 이 회사의 박근통 부사장도 물류대란이 발생하기 전 이미 지난 2월 지입차주들과 운송대금 인상을 원만히 합의한 상태였으나 일방적인 피해를 당하고도 한마디 항의도 하지 못했다며 연신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우리 회사의 경쟁력은 바로 신용입니다.
품질도 품질이지만 제때 제물건을 제대로 보내주는 것이지요. 그래야 거래 업체에게 재고를 많이 물고 가는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어 우리 제품을 계속 찾게 되는 겁니다".
미국과 캐나다 등 미주지역 동종업계와의 경쟁은 바로 수요처인 동남아와 근거리에 있고 제때 물량을 공급해 줄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이다.
따라서 신용을 잃게 되는 것이 회사로는 치명적인 일. 다행히 지난 15일 화물연대와의 협상이 극적 타결돼 물류대란이 일단락 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물류대란 당시 밀린 수출.입 업무가 폭주, 아직도 컨테이너 확보가 수월치 않은 상태가 계속 이어지면서 수출물량을 제때 선적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 외적요인이 기업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한국 경제의 기막힌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 준 이번 물류대란을 겪은 알칸대한(주) 임직원들의 얼굴에는 답답하고 씁쓸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영주.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