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끝난 평양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는 지난 4월 27일의 제10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이어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이 하자는 대로 끌려만 다니지 않겠다"는 발언의 뒤끝이어서 새로운 기대를 낳은 게 사실이다.
대통령 발언은 국민들을 무력감과 상실감에 빠뜨린 지난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란 여망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이번 경추위가 지난 장관급회담의 판박이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장관급 회담 때 정부는 북한의 핵보유와 베이징 다자회담 배제를 엄중히 따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핵 사태 관련 공동발표문은 하나마나인 내용뿐이었다.
이번 경추위에서도 북한은 자신들의 핵 보유 원죄는 외면한 채 '추가적 조치'를 시비 삼고,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이 따를 것"이란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 우리측은 강도 높게 사과 등 조치를 요구했다.
며칠 간 밀고 당긴 끝에 우리가 수용한 해명은 "대결이 격화되어 북남관계가 '영'으로 되고 재난이 닥쳐와 북이나 남이나 불행하게 되지 않고 다 같이 잘 되기를 기대하는 의미"라는 내용뿐이다.
상대를 발길질 해놓고, 그것이 서로 잘 되자는 의미였다고 어르는 꼴이다.
이런 해명 같지 않은 해명을 '진전된 내용'이라며 냉큼 받아들인 정부의 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오히려 '추가적 조치'에 대한 발목 잡힐 해명만 해주고 왔다.
그러면서 7개항의 합의를 통해 실익을 다 챙겨주는 협상력 부재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정부는 계략 부재의 대북정책으로 더 이상 국민들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무시당하면서 대북교류에 목을 매는 듯한 인상을 주거나, 북한의 의도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녀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북핵 사태의 국제공조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같은 날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북한 핵에 대해 '더 강경한 조치들'을 언급한 마당이 아닌가. 또 G8(서방선진7개국+러시아) 외무장관들이 북한의 핵 계획 해체를 촉구하는 판에 우리만 물정 모르고 봉 잡혀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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