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교실 벽면에 표어로, 또 새책을 사면 첫 장에 자주 써넣곤 했던 서양 속담이다.
한편, '모르는 것이 약이다'. 우리 어른들이 자주 하시던 다분히 한국적 가르침이다.
앞말과 대치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의사들은 생리적으로 최악의 경우부터 상정하여 추적하는 경향이 있다.
간단한 기침이 감기 증세일 수도 있지만 아직도 이땅에 만연된 결핵일 수도, 그 무시무시한 폐암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쉽게 지나가는 헛트림이 가벼운 소화불량 증세일 수도 있지만 위궤양일 수도, 더 손쓸 수조차 없는 위암의 첫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개 무서운 질병의 첫 증상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
하기야 소리지르며 찾아오면 예방하거나 조기 치료하면 된다.
간단한 기침, 미열, 속쓰림, 두통, 관절통…. 이 모든 것들은 쉽게 놓쳐서는 아니 될 중병의 첫 증상일 수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의사들은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진료권을 의사에게 달라고 주장하는가 보다.
어떤 의미에서 의사는 환자의 고통과 영원히 함께하는 직업인이다.
검사실 모퉁이에서 젊은 의사가 현미경과 씨름하고 있다.
피부병의 모양과 변화로 보아 분명히 한센씨 병(문둥병) 같은데 도무지 최종진단인 '레프라'균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를 한참후 드디어 환희와 개가를 올린다.
확진되는 순간이다.
동시에 그는 한숨 짓는다.
환자가 앞으로 걷게 될 한센씨 병의 깊이와 길이를 알기 때문이다.
또, 여러장의 간 조직 슬라이드를 여러 의사가 돌려가면서 판독하고 있다.
단 하나의 암세포라도 발견하고자 애를 먹고 있다.
드디어 저쪽구석에서 개가를 올린다.
간암이 확진되는 순간이다.
동시에 의사들은 허탈해 하며 한숨짓는다.
앞으로 걷게 될 환자의 고통의 깊이와 길이를 알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작은 뼈라도 골절되면 상당기간 고생한다.
수술 받거나 석고 고정,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름에는 여름대로 겨울에는 겨울대로 불편함이 많다.
또한세월이 지나도 골절과 손상의 정도에 따라 크든 작든 후유증이 기다린다.
방사선 사진에서 애써 골절을 찾아 내고선, 정형외과 의사로서 환자의 앞으로의 고통과 불편함에 가슴 저려 온다.
이제 전국적으로 연간 3천400여명, 대구·경북에서도 해마다 380여명의 새내기 의사가 배출되고 있다.
그들 모두가 가족과 친지가 있다.
인간의 가장 큰 고통 - 질병과 죽음. 그것에 가장 근접한 직업이 의료이다.
많은 의사들은 지금도 가족과 친지의 질병에 대하여 알아내야 하고, 알아보아 주어야 하고, 설명하면서 함께 아파하고 있다.
그것도 아는 만큼 남보다 먼저, 더욱 깊게…. 그래서 그런가, 통계에 의하면 의사의 평균수명이 다른 직업에 비하여 결코 길지 않다.
오히려 짧은 편이다.
이창(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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