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안에서 흔들린 공무원노조

"준비는커녕 판단 능력도 없었지요. 밀어붙이기식 찬반 투표였습니다.

애초부터 무리였습니다".

쟁의행위 투표 부결에 책임지고 '전국공무원노조' 집행부가 총사퇴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6일, 전공노 대구지역 지부 관계자들은 중앙 집행부에 대한 불만을 거리낌 없이 쏟아냈다

"사실 지부들에서는 이번 투표를 제대로 챙기지도 않았습니다.

본조에서 모든 것을 결정했지요. 우리는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전공노의 찬반투표가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에 이미 감지됐었다.

대구·경북 상당수 지부 관계자들은 투표 참여에 난색을 나타냈고, 하루 종일 투표 시행을 놓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것. 경북의 한 지부 관계자는 투표 첫날 아예 "찬반투표가 아니라 단순한 내부 여론조사"라고 기자에게 강조하기까지 했다.

높은 투표율을 자신했던 한 지부 관계자도 26일엔 결국 '조직'의 오류를 털어놨다.

"집행부가 제대로 한 것이 없어요. 문제가 많았지요. 결국 조합원들이 집행부를 끌어내리는 사태가 온 것입니다". 전공노 전 지도부는 기금을 유용했다는 시비에까지 휘말리면서 사실상 초토화된 상태이기도 하다.

공무원노조 인터넷 사이트에는 더 과격한 말들이 쏟아졌다.

"권력에 눈 멀어 어거지 논리를 펴 온 지도부를 도려내라" "우리의 자존심을 훼손한 지도부…" 등등은 성토였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제도 도입을 수년간 권고해 왔을만큼 공무원노조는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노조가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민들의 여론도 부담되지만 지도부라는 '완장'만 차면 제멋대로 하는 내부의 비민주성때문에 일이 더 안되는 것 같습니다". 마음으로만 성원해 왔다는 한 구청 조합원 공무원은 고지를 눈앞에 두고 결국 분열양상을 보이고 만 '공무원노조'가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최경철〈사회1부〉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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