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총 아버지-전교조 딸'권용택·경아씨 부녀-소신·입장 달라도 상대방 배려 중요

"부녀관계라고 서로의 생각과 입장이 같을수야 없지요. 시대흐름에도 맞지 않고…. 교총이나 전교조 모두 좀더 나은 환경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는데는 같은 마음 아닙니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소속 아버지 권택용(55)씨와 전교조 소속 딸 경아(27)씨. 특별할 것 없는 이들 부녀 교사에게 최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유보와 관련, 교육계가 내홍을 겪고 있지만 하루빨리 안정을 찾는게 시급하다며 안타까운 표정들이다.

35년째 평교사로 교육계에 몸담아 오고 있는 아버지 권 교사는 현재 경주 유림초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고 딸 경아씨는 새내기 교사로 경주 석계초교 1학년 담임이다.

부모가 교직에 몸담을 경우 2세 교사는 대부분 부모의 입장과 체면을 생각해 자연스레 교총에 몸담지만 이들 부녀는 각자 소신대로 다른 단체를 택했다.

아버지 권 교사는 "경아가 소신에 따라 행동하고 그 생각을 표출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편향된 사고로 흐르지 않을까 조심스럽다"며 "자기 주장과 함께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최근 모초교 교장이 전교조와의 갈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NEIS 유보 등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 학생들"이라며 "교총이든 전교조든 서로의 입장을 잘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딸 경아씨는 "아버지를 진정한 사표(師表)로 여기며, 사랑하고 존경한다"며 "아버지 세대에서 이뤄놓은 일들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두 단체간의 갈등이 좀더 나은 환경에서 후진을 양성하려는 진통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아씨는 또 "최근 아버지와의 대화가 줄어들어 혹시 교육관계 문제로 마음이 상하신 것은 아닌지 가슴을 쓸어내린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최근의 교육계 사태 이후 이들 부녀교사는 가정에서 말을 아끼고 있다.

'NEIS'를 두고 아버지는 '나이스', 딸은 '네이스'로 서로 다르게 발음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교육부총리의 언행에 대해서도 분명 견해를 달리한다.

그래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있을 법도 하지만 용케도 한바탕 웃음으로 넘기기 일쑤다.

교총 아버지와 전교조 딸, 이들 모두 진정 나아가야 할 바가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는 있지만 그러나 그 방법만큼은 여전히 두갈래다.

여기에 오늘의 우리교육의 고민이 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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