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합건물 지분 재산권행사 길 트여

대구 밀리오레, 엑슨밀라노, 베네시움 등 집합건물의 점포주가 점포를 담보로 융자를 받는 길이 트였다. 그간 집합건물 분양자는 전체 건물에 대한 지분 등기만 허용되고 개별 등기가 불가능해 점포를 담보로 융자 받거나 사고 파는데 제약이 따랐으나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30일 2년여만에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

개별등기를 못해 재산권을 제약받고 있는 국민은 30여만명, 대구에만 5천명을 웃돌 것으로 추계된다.

지난 2001년 한나라당 박승국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이 통과되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시 국방위원(현재 건교위원)이던 박 의원이 법사위 소관인 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사위가 갖가지 트집을 잡아 2년간 계류한 것. 법사위원 대부분이 변호사 출신인 것이 원인이었다는 후문이다.

그간 집합건물의 개별등기가 허용되지 않아 건물주의 부도 등으로 갖가지 송사가 벌어져 변호사의 큰 수입원이 됐다. 또 점포주들은 옆 점포주가 부도나도 건물 전체가 경매에 붙여지는 바람에 돈을 갹출해 대신 갚는 남모르는 아픔도 겪었다. 은행 융자를 하려면 전체 점포주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고생을 하고 그나마 금융권이 담보 가치를 높이 평가해주지도 않는 설움도 맛봤다.

하지만 법무사들은 개별등기가 가능해지면 등기 수수료가 늘어 법이 통과되기를 학수고대했다. 그래서 이 법이 '변호사-법무사 업권 다툼법'으로 불렸다. 법원 등기소 관계자들도 가령 200개 입점 업체중 1명이 지분등기 민원을 제기해도 200장의 서류가 필요한 등 업무가 과중해 법이 개정되기를 바라며 속앓이를 해왔다.

법사위 소관 법안을 국방위원이 발의했으나 본회의에서 김기춘 법사위원장이 제안설명하는 이례적인 모습도 연출됐다. "국민을 위해 참 좋은 법이니 위원장이 대신 제안설명하겠다고 말해 받아들여졌다"는 것이 박 의원의 전언이다.

이날 법이 통과되자 박 의원 사무실에는 전국의 법무사와 집합건물 점포주들로 부터 격려 전화가 쇄도했다. 후원금을 듬뿍내겠다는 법무사들도 있었다.

박 의원은 2년여간 이 법의 통과를 위해 법사위에 10회나 출석해 법사위원, 판사들과 법리 논쟁을 벌이고 공청회장에서 대법원 관계자와 직무유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법사위 한 의원은 본회의 직후 박 의원을 "참 끈질긴 의원"이라고 촌평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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