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버스 다니네? 은행도 영업하잖아!"
한국노총이 시내버스 운전기사와 은행원 등 소속 노조원들을 동원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던 어제 아침. 출입처인 경찰서 문을 나서던 대구시내 한 언론사 기자가 거리를 둘러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그러자 다른 한 기자가 서둘러 아는 척하고 나섰다.
"그 뻥을 믿었어?, 장사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들 맨날 하는 노래잖아, 순진하기는…".
지난 달 초부터 기자의 신문사내 책상에는 한국노총이 보낸 팩스 보도자료가 겹겹이 쌓였다.
조흥은행 노조 파업 전후부터 끊임없이 이어진 것들. 대부분 정부의 노동기본권 억압에 대항해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비장한 내용이었다.
30일로 예정된 총파업에는 대구 등 전국 6대 도시 버스노조와 은행노조가 참가한다는 충격적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시내버스가 서고 은행이 문을 닫는 상황은 대도시 사람들로서는 상상만 해도 참기 힘든 불편 덩어리였다.
그러나 한국노총의 그같은 '수표'들은 '부도'로 드러났다.
버스.은행은 물론 전국의 택시도 운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지만 경북 일부 택시 기사들만 파업에 동조했을 뿐 대구에서는 버스.택시.은행 어느 한 곳 노조도 파업에 참가하지 않았던 것.
"정말 죽겠습니다.
도저히 할 수 없는데 자꾸 하라니까 우리로서는 환장할 일이지요. 고민 많이 했습니다". 결국 파업에 불참키로 했다는 대구 버스노조 한 간부는 '따라갈 수 없는 일'에 '따라 오라' 명령하니 정말 답답하더라고 했다.
한국노총 대구본부 한 관계자도 그런 말에 동의하는 듯했다.
"대구 버스는 지난 4월에도 파업했고 도시 분위기도 좋잖으니 무리하게 또 할 수 있겠습니까?"
"근로자들이 슬기로운 판단을 했다고 봐야겠지요. 이젠 근로자들도 실리를 찾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30일자 한국노총 총파업 같은 '정치성 파업' 계획이 지나치게 잦아지면 근로자에게도 결코 좋은 것 없습니다". 노동부 한 관계자는 상급단체의 눈치를 보기보다 근로자들 스스로 우리 노사문화를 바꾸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최경철 사회1부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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