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방학이 없다

어릴 적 학동 시절을 생각해보면 방학이 얼마나 기다려지고 좋았는지 모른다.

매일 가서 하는 학교 공부에 질려 방학이 되면 학교에 가지 않고 마음껏 놀면서 방학숙제도 미루어 두었다가 개학 며칠전에 후닥닥 해치우곤 하였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의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방학을 즐겁게 보내고 재미있는 추억도 많이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아이들에게는 그런 즐거운 방학이 없어진 것 같다.

고등학생 아이들은 특기적성 교육이라 하여 방학동안 거의 학교에 나와 수업을 받아야 하고 심지어 중학교도 이런 수업을 한다고 한다.

또 대부분의 중학생과 초등학생 아이들이 학원 같은 곳에 학교처럼 매일 나가 수업을 받는 고달픈 방학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며칠전 내가 학교운영위원장으로 있는 고등학교에서 여름방학 특기적성 교육 계획을 심의하고 하루에 다섯시간씩 한달 가까이 총120시간에서 150시간이나 되는 학교 수업을 확정하였다.

여기에 따라 학생들은 방학임에도 쉬지 못하고 학교에 나와 괴로운 수업을 받게 되었다.

입시경쟁이 워낙 심한 현실에서 대구시내 모든 고등학교가 그렇게 하고 또 학부모들도 그것을 바라고 있다고 하니 학생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방학 동안 자기 하고 싶은 일이나 부족한 공부를 하면서 자유롭게 보내고 싶은 학생들의 간절한 바람을 모를리 없는 나로서 참으로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 금할 길 없다.

돌이켜보면 공부라는 것이 학교에서 장시간 수업을 계속 받는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 해본 경험 속에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더 나은 인생을 위해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는 스스로의 자각위에 필요한 공부를 자신의 계획에 따라 수행할 때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

번연히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현실의 제약에 밀려 상투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교육환경이 원망스럽고, 방학도 없이 더운 여름날에 학교수업에 허덕일 아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무겁다.

배남효 대구.경북 미래모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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