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자치경찰 추진 최기문 경찰청장

18일 15만 경찰조직의 총수인 최기문 경찰청장을 만났다. 그는 '경찰청장'이라는 자리가 갖고 있는 다소 딱딱하고 권위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부드럽고 젊은 모습이었다.

사실 그는 지난 4월 열린 국회청문회에서 개혁적이고 깨끗한 이미지로 점수를 따기도 했다.

최 청장에게 대뜸 부드러운 인상때문에 조직장악에 어려움이 없는지부터 물었다.

최 청장은 "오히려 (직원들이)너무 날카롭다며 어려워한다"면서 "조직장악은 시스템으로 하지 그것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인상을 쓰고 욕을 하면 10M 밖에 안 나가지만 경찰청장의 지시는 전국 15만경찰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또 내년 총선출마설에 대해서는 "전혀 뜻이 없다"고 일축했다.

-최근 납치강도사건이 빈발하면서 치안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도둑이 더 설치는 것 아닌가

▲더 늘어나는 것은 없다. 범죄추세는 비슷하다. 다만 지난 5, 6월들어 여대생 납치사건 등 납치강도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등 불안을 느끼고 있어 지난 달 17일부터 '강력범 소탕 100일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조직폭력배 5개파 47명, 납치.인질강도 18명 등 총 9천601명을 검거, 그중 3천786명을 구속하고 5천815명은 불구속 조치했다. 또한 대구 금은방 3인조 강도사건(7.3), 경기 화성 동탄농협 절도사건(7.5), 인천 연수 어린이 인질강도사건(7.8) 등 강력사건 대부분을 해결하여 체감치안이 향상되어 가고 있다.

특히, 지방 경찰청에 '납치.인질 전담수사반'을 편성, 사건을 조기에 해결토록 독려하고 있으며, 조직폭력배 소탕을 위해 검.경 합동수사부도 설치, 운영함으로써 조직폭력의 존립기반을 와해시키고, 범죄분위기를 제압해 나가고 있다.

문제는 카드빚인 것 같다. 카드빚때문에 납치강도사건이 발생하고 또 모방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외국과 비교해봤을 때 우리나라만큼 치안이 잘 확보돼 있는 곳도 없다. 얼마전 강남서를 순시하러가서 경찰병력을 밤 12시까지만 배치하는 것을 보고 범죄발생시간을 분석, 범죄가 집중되고 있는 새벽1시부터 3시30분으로 병력을 재배치하도록 했다.

-경찰이 과거에 비해 '너무 약하고. 물렁해졌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법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같고 시민들도 경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대가 달라졌고 국민의식도 크게 향상됐다. 경찰도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법을 지키고 있다. 특히 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불법시위라도 조용하게 끝내면 사법처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불법폭력시위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주동자와 적극가담자를 체포하거나 채증을 통해 사후 사법처리를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시위하는 사람들이 위축되고 있다. 5.18묘역에서의 시위와 화물연대파업사태때 채증된 사람들을 모두 구속했다. 예전에는 그냥 넘어갔지만 저는 꼭 확인한다. 집회때는 채증팀을 활용, 주동자는 꼭 처벌하도록 지시했다.

-'경찰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개혁의 요체는 무엇인가

▲취임하자마자 경찰혁신 작업에 착수하여 한완상 전 부총리를 비롯한 덕망있고 개혁성이 강한 외부 인사들로 '경찰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는 과거 우리 시각(경찰)에서만 했는데 이제는 시민단체 등 국민들의 눈으로,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혁신을 추진해나가겠다는 뜻이다.

경찰혁신은 제도와 의식을 바꾸자는 것이며 ▲자치경찰제와 ▲수사권독립문제 ▲경찰에 대한 국민불신을 바꾸는 세가지가 주요한 과제다.

경찰의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경찰관 개개인의 의식과 행태가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루탄사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장께서 일선경찰에 지시한 최루탄 훈련이 최루탄사용 검토로 이해되고 있다. 경찰이 최루탄발사 요령을 제대로 모른다는 시각도 있다.

▲폭동 등의 폭력시위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하는데 경찰이 최루탄도 사용할 줄 모르면 직무유기 아니냐. 그러나 경찰의 '무(無)최루탄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며, 최루탄 훈련은 유사시에 대처할 수 있는 대비역량을 갖추겠다는 당위성을 표현한 것이다. 통상적인 집회시위에 최루탄을 사용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수사권독립을 둘러싸고 검찰과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사항이기도 한 수사권 독립에 대한 경찰의 입장은 무엇인가.

▲현재로서는 사실상 일부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수사권이 없다. 수사권 독립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수사권의 공유 나 합리적 배분'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잘 판단할 것이다.

무엇보다 경찰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다. 수사경찰의 자질향상, 인권의식 함양, 과학수사 기법 개발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하겠다.

-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살인의 추억'영화를 봤는지?

▲아들이 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경찰청 강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 바꿔야 할 것도 있고 아직도 잘못된 관행이 남아있기도 하고..."

-자치경찰제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경찰혁신위원회에 '자치경찰분과위'를 구성, 민간전문가와 함께 주요 쟁점을 연구.분석하여 대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자치경찰제 추진 로드맵(추진일정)'에 따라 선진외국의 사례 등을 분석하고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여 우리 현실에 적합한 방안을 마련하겠다.

그러나 지방경찰청장을 주민이 선출하거나 지자체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고 일본의 자치경찰 수준이 좋을 것 같다.

-한총련 합법화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총련에 대한 경찰의 입장은 무엇인가

▲현행법과 대법원이 지난 98년도에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판시한 이래 현재까지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경찰의 한총련 수배자 검거 등 수사활동은 법 집행기관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합법화 문제는 향후 한총련의 활동 및 노선 변화가 실질적이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시점에 가서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경찰조직은 하위직 비율이 다른 공무원에 비해 많다. 하위직의 사기진작을 위해 인사 시스템을 개편, 능력있는 직원을 발탁, 승진하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는데 제도시행효과는 어떤가

▲하위직 승진기회 확대를 위해 현행 2년인 경사이하 승진소요 최저 근무년수를 1년으로 단축, 보다 젊은 나이에 간부로 승진할 수 있도록 현재 법령개정 절차를 밝고 있다. 또한 경사이하 입직자들에게 일정 계급까지 승진 몫을 할당해 주는 이른바 승진T/O 최소목표제를 도입, 상위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타 공무원에 비해 하위직 비율이 지나치게 많은 불합리한 인력구조에 대해서는 계급별 인력 구조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중이며,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다.

-여성경찰이 창설된 지 57년이 지났다. 경찰조직내에서의 여경의 위상을 고양시킬 방안은 무엇인가

▲여경의 역할은 다양한 분야에서 그 활약상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현재 3.5%를 차지하고 있는 여경비율을 금년말까지 4%로 증원하고, 앞으로 치안 여건과 역량 등을 감안해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히 경찰대학생과 간부후보생 선발 때 10%의 여경 정원을 별도 책정하는 등 장기적으로 우수한 여성인력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고향인 영천에서 최 청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전혀 뜻이 없다. (정치를 할만한)능력도 없고 하고 싶어야 하지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 공무원은 변신을 빨리 못한다. 게다가 논두렁체질은 따로 있는 것 아니냐"

대담:서영관 정치2부장

정리:서명수 기자

◈ "정치중립 확보가 최대 과제"

최기문 청장은 자치경찰제도입에 대해 선진외국의 사례를 분석하고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우리 현실에 적합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지방화사대에 자치경찰제의 도입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

실제로 최 청장은 자치경찰제를 연구해서 2001년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 분야의 전문가다.

'자치경찰확립에 관한 연구'라는 그의 박사학위논문은 자치경찰제에 대한 그의 생각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논문에서 최 청장은 '자치경찰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그 나라의 실정에 따라 자치경찰제와 국가경찰제를 적절하게 가미해 운용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가장 원론에 가까운 자치경찰제를, 영국은 중앙의 통제를 강화한 자치경찰제를, 일본은 국가경찰과 지방경찰을 이원화한 절충형 자치경찰제를, 독일과 프랑스는 국가기능에 자치경찰제 요소를 부분적으로 가미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최 청장은 "지금까지 우리 경찰이 유지해 온 중앙집권적 체제는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자치경찰제 도입에 원칙적인 찬성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치경찰제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지방정치권과의 결탁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도구화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라며 '정치적 중립성'문제를 우선 제기하고 "자치경찰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참여제도가 마련되고 경찰조직운영에 민주적 제도를 최대한 도입하는 한편 경찰권한에 실질적인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청장이 생각하는 우리 실정에 맞는 자치경찰제는 일본과 같은 절충형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최기문 경찰청장은 51세(52년생)로 최근 임명된 경찰총수 중에서 가장 젊다.

지난 83년 46세의 나이로 치안본부장에 임명된 이해구 의원과 93년 50세때 경찰청장에 임명된 김화남 전 의원이후 10년만에 젊은 경찰총수가 등장한 것이다.

그만큼 노무현 대통령이 최 청장에게 거는 경찰혁신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최 청장은 지난 정부때까지 경찰인사의 고질적인 병폐의 하나로 지적돼 온 지역편중인사와 경찰제도개혁에 심혈을 쏟고 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시스템에 의한 공정한 인사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신상필벌의 원칙을 확실하게 지켜나가고 있다. 5.18묘역에서의 시위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옥전 전 전남청장을 직위해제한 데 이어 이승재 전 경기경찰청장도 김영완씨집 떼강도사건의 비선수사 책임을 물어 물러나게 했다. 그래서 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전 청장은 김세옥 경호실장의 동생이고 이 전 청장은 경찰내 호남인맥의 선두주자라는 점 때문에 이들에 대한 문책에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도 최 청장은 가차없이 책임을 물었다.

최 청장의 '독한 모습'은 이미 지난 94년 '조계사사태'때 드러났다. 당시 종로경찰서장이던 최 청장은 종단분규를 둘러싼 조계사폭력사태에 대해 경찰력을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래서 검찰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당시 경찰청장이 '보기보다 독하다'고 혀를 내둘렀다고도 한다.

최 청장이 경찰조직을 장악하면서 '영천'은 경찰인재의 산실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최 청장을 비롯, 이병진 대구경찰청장, 윤시영 경찰청 방범국장 겸 경비국장 등 3명의 고위경찰간부가 영천출신이다.

특히 최 청장 고향인 영천군 북안면은 대구경찰청장과 경찰청 정보국장을 지낸 성희구 전 치안감도 배출했다. 성씨가 영천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경무관과 치안감을 지냈다면 최 청장은 영천출신의 첫 경찰청장인 셈이다.

이처럼 경찰조직내에서 영천출신들이 두각을 보이는 것에 대해 윤 국장은 "우연치않게 영천출신 고위간부들이 같은 시기에 있을 뿐이지 우리가 나가고 나면 다음에는 없다"며 "영천이 경찰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할만한 것은 없지않느냐"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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