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 대통령 특별기자회견 배경과 내용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여야에 대선자금의 공개와 검증을 재촉구하고 나선 것은 지난 15일 문희상 비서실장 등을 통해 밝힌 대선자금공개 제안이 여야의 공감을 얻지못하고 정쟁만 가열시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공개제안이 정치권에 또 다른 정쟁의 소재로 전락해 버린데 대해 청와대 참모들에게 "진의와는 다르게 왜곡되고 있다"며 여러차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나라당의 거부와 민주당의 선공개 움직임으로 노 대통령이 의도했던 여야의 대선자금공개제안이 왜곡되자 이날 노 대통령은 여야의 동시공개와 공개의 범위 및 철저한 검증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대선자금문제에 대한 솔직한 '고해성사'를 거듭 촉구하고 나선 것은 여야 정치권 모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대선자금이라는 뇌관을 건드리면서도 이를 정면돌파해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사가 돼 있는 대선자금문제를 덮어버리고는 정치개혁이라는 과제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어필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희망돼지저금통으로 상징되는 국민성금으로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는 참여정부의 도적적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데 대해서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날 노 대통령이 대선자금의 모금과 사용내역 및 잔여금 등 전모를 밝힐 것을 거듭 촉구하고 나서면서도 이를 강제할만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은 노 대통령이 처한 한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스로는 정치적인 상처를 입지않은 채 정치권을 물갈이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대선자금의 자기고백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알지못한다"는 입장만 강조하고 정치적 부담은 여야정치권으로 떠넘겨 버렸다.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문제가 국민적 의혹으로 제기된 이상 여야 모두 투명하게 밝히고 가야한다"면서 공개할 대선자금의 범위에 대해서는 법정선거자금뿐 아니라 각 당의 대선후보가 공식확정된 시점 이후 대선에 쓰여진 정치자금과 정당의 활동자금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출뿐 아니라 수입내역, 대선잔여금 등을 모두 공개하고 수사는 하되 정치자금제공 기업이나 기업인은 비공개로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출될 수 있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언급을 하지않았다. 이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여론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유인태 정무수석의 판단과 같은 기조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노 대통령은 또한 민주당의 선공개 움직임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그는 대선자금공개는 여야가 함께 해야한다면서 "그렇지않으면 공개한 쪽만 매도되고 정치개혁에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를 붙였다.

이날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공개 재촉구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내의 획기적인 상황변화가 없을 경우 노 대통령은 논란만 부추겼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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