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심습지 훼손 위험수위-쓰레기더미만 산처럼 쌓여…

지역의 중요한 자연생태 지역인 대구시 동구 안심습지에 다량의 건축 폐기물과 생활 쓰레기가 수년째 불법 매립 및 투기돼 온 것으로 드러나 자연 생태 보전에 허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그동안 복원은커녕 폐기물 매립 및 투기 사실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금호강 제방을 따라 가다 습지의 동쪽 끝 지점쯤 되는 곳에서 수풀을 헤집고 내려가니 뭍이 드러났다.

뭍은 습지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곳이 아니라 건설 폐기물 매립으로 만들어진 땅인 듯했다.

온통 암석, 폐콘크리트, 나무 팔레트, 벽돌, 건설현장 잔토 등 각종 건설 폐기물 투성이였다.

몇몇 성한 곳엔 가죽 등 나무들이 심어져 밭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환경단체인 대구경북습지보전연대에 따르면 이곳엔 물이 있었고 수달도 살았다고 했다.

그러나 폐기물이 매립되기 시작한 뒤부터 땅으로 변했고 수달도 보이지 않게 됐다고 했다.

마구 버려진 생활 쓰레기 더미도 눈에 띄었다.

비닐하우스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폐비닐 뭉치가 길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가 하면 플라스틱 바구니, 폐깡통, 비닐봉지, 상자 등 각종 생활 폐기물들도 습지 둘레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은행나무로 보이는 다량의 가지들도 버려져 있어 행정기관이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 후 버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환경단체 및 주민들에 따르면 수개월동안 생활 폐기물들이 버려지고 쌓여 왔지만 단속은커녕 청소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대경습지연대에 따르면 이곳에 건설 폐기물이 불법 매립되기 시작한 것은 2, 3년전부터. 안심습지가 알려지기 시작하던 무렵이던 지난 2001년 덤프트럭들이 건설 폐기물들을 싣고 와 습지 동쪽에서부터 집중적으로 매립했다는 것. 당시 매립을 막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고 매립 때마다 구청에 얘기했지만 단속 및 복원 등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대경습지연대 관계자는 "구청에서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2001년부터 계속해서 얘기해 왔고 담당자들로부터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또 "그런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지금은 답변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동구청 환경청소과 관계자는 "동구 전 지역을 일일이 다니며 폐기물 불법 매립이나 투기를 조사,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신고를 받아 조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심습지 폐기물 매립 및 투기에 대해선 신고를 받은 적이 없어 몰랐지만 지금이라도 현장을 확인한 뒤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안심습지는 경산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어서 상수원 보호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안심습지의 경우 경산시의 상수원보호구역이지만 행정구역상엔 대구시 동구에 속해 있어 관리 책임 및 소재가 모호, 관리 사각지대로 전락했다.

경산시 상하수도과 관계자는 "안심습지 제방을 경계로 금호강 쪽과 습지 쪽 둘 다 상수원보호구역인 것은 사실이지만 제방 축조 이전에 보호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실제로 제방 안쪽 습지 부분은 상수원과 크게 관계가 없어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안심습지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습지 지역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에 대해 대구시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한 관계자는 "폐기물 불법 매립 및 투기에 대한 철저한 실태 조사 및 사건 규명, 원상 복구와 함께 안심습지의 애매한 관리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동구청, 경산시와 함께 협의하고 장기적으론 대구시가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경습지보전연대 이상원 위원장은 "행정기관에서 사건 규명과 습지 복원에 나서지 않으면 현장을 정확하게 조사한뒤 불법 여부를 가려 원상복구를 요청할 것"이라며 "그래도 안되면 법적 대응까지 불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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