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포항공대의 갈등

30일 정오 포항 영일대에서 가진 박찬모 포항공대 총장 직무대행과의 기자간담회는 유쾌하지 않았다.

1년동안의 산고 끝에 제4대 총장에 선임된 박 대행의 대학 발전 방안과 포부를 듣는 자리였으나, 대학 일각에서 제기한 문제점을 해명하는 자리로 바뀌어 버렸다.

발단은 최근 일부 교수들이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운 '박 대행 총장 선임 후 교수 7명이 공대를 떠난다' '박 대행이 교수들의 지지를 못 받고 있다' '재단이 교수들 정서를 무시하고 독선적으로 총장을 선임했다'는 글 때문. 이 글이 뜨면서 대학 안팎에서 엄청난 파장이 일어난 것이다.

박 대행은 잠시 대학 운영방침을 밝힌 후 이내 인터넷 글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이직 교수는 모두 총장 선임이 결정된 지난 15일 이전에 이미 의사를 밝혔으며 자녀 교육이나 부모 봉양, 국내 연구의 한계 등 때문에 이직을 결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3년간 공대 교수 210여명 중 15명이 이직했고 이 중 일부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점을 감안, 타 대학에 비해 이직률은 매우 낮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 이직 문제가 확대 재포장될 경우 공대에 치명타가 될 것을 우려하는 표정이었다.

동석한 이대공 재단 부이사장도 "교수평의회에서 교수를 상대로 벌이는 '총장 선임에 관한 설문조사'는 문항 자체에 객관성이 없고 흑백논리에 가까워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박 대행이 적임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학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는 물론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산고 끝에 선임된 새 총장을 취임도 하기 전에 부정한다면 반목과 혼란만 증폭되지 않을까. 반면 재단도 1년 동안이나 총장을 선임하지 못한 데다 교수들로 구성된 총장추천위가 내세운 후보들이 총장 선임에서 배제된 원죄(?)를 겸허히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이제 한달 후면 포항의 긍지인 포항공대가 새롭게 출발한다.

대학과 재단, 교수와 교직원 모두 지혜를 모아 갈등을 봉합하고 대학 발전에 전력을 기울일 때다.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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