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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시골마을의 빈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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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버스의 차창 밖으로 보이는 여름 농촌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국도변의 폐가를 보게 되면 가슴께에 얼음을 갖다댄 듯 마음이 시리다.

우리 식구들이 살았던 시골 마을의 빈집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옛날 그 집에서는 어머니께서 부엌 아궁이 앞에서 잘 마른 솔가지로 불을 때기도 하고, 장독대 옆의 절구에다 마늘을 찧기도 하셨다.

들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께서 수돗가에서 흙이 잔뜩 묻은 다리를 씻고 세숫대야의 물을 마당에 뿌리셨다.

뛰노는 우리 남매들의 목소리, 소 울음소리, 돼지 꿀꿀거리는 소리, 토종닭이 홰를 치는 소리, 개가 짖는 소리가 뒤엉켜있는 마당은 갖은 빛깔의 소리들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소리의 꽃밭이었다.

이제 고향집은 소리의 꽃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김 오르는 쌀밥을 퍼내던 무쇠솥도 누군가에게 뜯겨나가고 없다.

마당 귀퉁이에는 녹슨 농기구들이 아무렇게나 뒹굴고 거미줄이 음산하게 쳐져 있는 집은 하루가 다르게 폐가로 변하고 있다.

농민들이 농가부채에 짓눌려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고 제 몸도 가누기 힘든 노인들이 살인적인 농사일에 시달리는 것이 농촌의 참혹한 현실이다.

노인들 마저 돌아가시고 나면 시골 마을의 빈집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한·칠레 FTA와 도하개발어젠다협상이 체결되어 쌀 시장 완전개방이 이루어지면 10년 뒤에는 쌀 농사가 완전히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농촌이 병들어 쓰러지는 일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

어머니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주부들이 우리 농축산물로 만든 음식으로 밥상을 차리고, 수입 농축산물로 만든 패스트푸드의 소비를 줄인다면 농촌도 돕고 아이들의 건강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제 밥그릇 지키기에만 혈안이 된 정치가 아닌 농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희망의 정치가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김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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