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들어 지역경기의 침체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지역의 어음부도율이 여타 지역의 평균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지역기업들의 현금흐름도 나빠져 많은 중소기업들이 자금융통면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여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진 지역경제사정과 대출부실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은행들의 여신심사가 엄격해지면서 일부에서는 지역금융의 기반이 지나치게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7년의 외환위기 이후 지역금융기관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대구경북지역의 금융기관(예금은행 및 비은행금융기관) 점포수도 금년 5월말 현재 97년말에 비해 무려 24%나 감소하였다.
또한 IMF 직후 건설 등 지역의 주력업종들의 경영파탄으로 지역기업들에 대한 금융기관의 여신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어 전국의 여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7년말의 9.3%에서 2000년말에는 7.9%로 크게 하락하였으며 그 뒤에도 전반적인 지역경기의 침체 지속으로 그 비중은 금년 5월말에는 7.6%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자금의 환류정도를 보여주는 예대율 추이도 예금은행의 경우 97년말의 112%에서 2000년말에는 85%까지 급락하였다가 그 뒤 점차 상승세로 돌아서 금년 3월말에는 100%로 상승하였으나 아직 위기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비수도권에 대한 평균예대율(106%)을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금융관련 지표들의 추이에서 나타나듯이 지역금융상황은 외환위기 직후 2, 3년간 갑작스럽게 위축되고 그 후 여타 지역과 비교하여 특별히 더 악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역경기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최근에는 그 경색으로 인한 어려움이 더욱 절실하게 체감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금융현황과 관련하여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신용력이나 담보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이나 개인들이 자금 조달에 심한 고충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외환위기 이후 모든 금융기관들이 살아남기 위해 수익성과 건전성 확보 위주의 경영전략에 치중함에 따라 금융의 융통과 그 조건면에서 우량고객과 그렇지 못한 고객간의 차별이 크게 확대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금년 들어서도 은행권은 경기불황과 SK글로벌사태, 신용카드업의 실적악화 등의 영향으로 1/4분기중 당기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7%나 크게 감소했다.
이에따라 상당수 은행들이 다시 조직 통폐합이나 인원 축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임을 밝히고 있어 지역금융의 여건은 밝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정책당국들은 기업금융의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재경부는 추경편성에 의한 신용보증 공급력의 확대를 발표했고 금감원도 BIS비율 1등급 기준 완화에 의한 금융회사의 자금공급능력 확대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4월 중소수출업체에 대한 무역금융지원 강화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7월에는 지방중소기업에 대한 지원확대를 위해 저리로 지원되는 총액대출한도중 지역본부 배정액을 4천억원 증액(대구경북지역에는 424억원 배정)하였다.
과거 경제개발 초기단계에서 금융의 공공성이 크게 강조되고 금융부문이 실물경제를 선도하던 시대와는 달리 금융이 철저히 상업성에 입각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오늘날, 지역중소기업들의 자금궁핍을 전적으로 금융기관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에 소재한 금융기관들의 성장, 발전은 마치 동전의 앞뒷면처럼 지역기업 및 지역경제의 번성없이는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지역소재 금융기관들은 유망중소기업의 발굴과 틈새시장의 개척에 적극 나서고 현재의 기업 신용력과 담보력외에 장래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여신심사기법을 개선해나가는 노력도 계속 기울여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지역기업들도 단기적으로 비용절감 등 비효율적 요소의 제거로 현재의 경제적 난관을 타개해 나가는 한편 장기적 안목에서 새로운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기업가치와 신용력을 키워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주훈(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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