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살은 크면서 키로 간다". 틀린 말이다.
"어릴 때 비만은 여든까지 간다"로 고쳐 써야 한다.
불규칙한 생활, 잘못된 식생활 습관은 해마다 많은 어린이들을 비만으로 몰고 있다.
무더운 여름방학. 집에만 틀어박혀 냉장고 문턱이 닳도록 여닫다간 금세 '뚱보'가 돼 버린다.
비만은 신체질환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 고통과 사회생활의 장애까지 낳을 수 있다.
부모로서는 마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이럴 땐 아이들에게 농사일을 통해 땀의 의미를 느끼게 하거나, 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길러주는 영양캠프 등에 참가시켜 먹을거리의 소중함과 균형 있는 식생활의 필요성을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게 좋다.
#땀 흘리며 지키는 건강
12일 오후 대구 도심을 빠져 나와 자동차로 20~30분 내달려 도착한 동구 구암마을의 한 주말농장. 뒤로는 팔공산, 앞으로는 넓은 밭. 펼쳐진 풍경은 소박한 시골 동네 모습이었다.
낮 기온이 30℃에 이른 이날, 주말농장을 찾은 조현상(39.대구 만촌동)씨 부자는 주렁주렁 매달린 고추를 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늦봄 모종을 심은 지 4개월여만의 수확. 금세 한움큼의 고추가 손에 쥐어졌다.
텃밭에는 고추 말고도 어른 키만큼이나 자란 옥수수며 가지, 깻잎, 토마토가 빼곡히 자라고 있었다.
모두 가족들이 직접 심고 가꾼 것들이다.
조씨는 "방학이라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다 보면 게을러지게 마련이죠. 주말에 한번씩이라도 농장을 찾아 땀을 흘리고 나면 땀의 의미도 느낄 수 있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도 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죠"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매번 아들 재영(12)군과 함께 주말농장을 찾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했다.
배추, 호박, 상추 등의 씨를 직접 뿌리고, 김을 매고, 수확도 손수 하면서 아들에게 자연의 이치를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텃밭에서 기른 농작물이 식단에 그대로 올려지다보니 바른 식생활 습관도 자연스레 길러졌다고 했다.
재영군은 "피자, 햄버거, 콜라 등 인스턴트 식품보다는 깻잎에 쌈을 싸 먹고,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캠프에서 깨닫는 영양
지난 7일부터 2박3일간 대구 교육연수원에서는 시 교육청 주최로 어린이 영양캠프가 펼쳐졌다.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중 비만 또는 과체중 학생 120명이 참가한 캠프에서는 비만관리와 운동, 식이요법 등 전문교육을 통해 비만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자신의 하루를 돌이켜보며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 캠프의 핵심 포인트.
아이들의 관심을 끈 것은 '식품 신호등' 시간. 힘을 만들어주고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탄수화물.지방은 빨간불,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는 단백질은 노란불, 몸의 기능을 조절하는 무기질.비타민은 초록불. 하지만 즐겨먹던 과자.아이스크림.사탕.탄산음료 등은 몸을 뚱뚱하게 만드는 꺼진 신호등이라는 설명에 아이들은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먹기만 하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뚱뚱해진다는 단순한 원리를 새삼스레 깨닫고 있었다.
아들 정성주(11)군과 함께 캠프에 참가한 우미경(35.여.대구 중동)씨는 "캠프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비만의 심각성을 느끼고 비만을 치료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좋은 계기가 됐다"고 했다.
경북대 의대 고철우 교수는 "단기간에 살을 무리해서 빼기보다 비만 습관의 교정을 통해 살을 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꾸준한 활동을 통한 건강 관리
비만은 유전적 요인 외에도 불규칙한 생활습관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먹을거리는 풍부해졌지만 먹는 양에 비해 활동량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살찌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
대구시 교육청의 비만 학생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해마다 초등학생 가운데 2만명 정도가 비만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의 경우 초등학생 22만1천83명 가운데 비만으로 판정된 학생이 2만2천989명으로 11%를 차지했다.
고도비만의 경우도 1천764명으로 조사됐다.
대구시 교육청 체육보건교육과 이우석계장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음식 선택권을 아이들에게 맡기는 부모들이 많다"며 "어릴 때부터 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기르지 못하면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인스턴트 식품을 즐기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컴퓨터에 빠져 앉아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비만 학생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만은 짧은 기간에 극복되지 않는다.
살이 좀 빠졌다고 안심했다간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방학 동안 힘들여 식단을 짜고 식생활 습관을 고치려 애를 썼더라도 조금만 관심을 줄이면 금세 되돌아가는 요요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부모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학원으로만 내몰 것이 아니라 땀을 흘리며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루해 한다면 춤추기 등 흥미로운 놀이를 개발해 보는 것도 좋다.
아이가 스스로 살을 빼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고 자발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동기 부여도 중요하다.
영양캠프에 참가했던 한 학부모는 "캠프에 다녀온 뒤 아이가 즐겨먹던 피자나 햄버거 등은 꺼리는 대신 꼬박꼬박 줄넘기를 한다"며 "자신의 몸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를 자주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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