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 데스크-바이러스

며칠전 컴퓨터를 켰더니 부팅만 거듭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컴퓨터를 켜서 작업 좀 하려고 하면 금세 system32 경고창이 나타나면서 1분만에 컴퓨터가 꺼졌다가 다시 켜지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게 웬일인가. 이런 일이 없었는데 누가 잘못 만졌나. 며칠전 소리바다에서 노래 몇곡 다운 받았는데 그것이 요즘 음반저작권 분쟁과 관련해서 파일에 무슨 야료가 있었던가. 전혀 예기치 않은 사태라 원인이 뭔가 별 추정과 이곳 저곳을 의심해보는 등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일과성 장애가 아닌 것 같아 시스템 복구나 응급처치를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것이 컴퓨터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사실은 컴퓨터 제조회사 AS팀에 전화를 해보고서야 알게 됐다.

10년 넘게 PC를 써왔지만 웬 바이러스라니. 그 흔한 바이러스를 즉각 알아채지 못한 것은 안 당해보고는 모른다는 말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컴퓨터회사 상담원이 안내해준대로 패치파일을 받아 깔고서야 컴퓨터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는 사이 몇시간의 시간이 사라지고 스트레스가 가해졌다.

계획적인 악성 프로그램

컴퓨터 바이러스는 생물학상의 바이러스와는 달리 누구에겐가 피해를 주기 위해 사람이 의도적으로 만든 악성 프로그램이다.

이런 바이러스를 왜 만들고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불법복제를 막을 목적으로, 소프트웨어의 유통경로를 알아내기 위해서, 경쟁사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 등등 추정만 할 뿐이다.

은밀하게 제작 유포되기 때문에 범인이 잘 드러나지 않고 정확한 배경도 밝혀지지 않는다.

이번에 소동을 피운 바이러스는 신종 블래스터 웜(Blaster worm)이라고 한다.

인터넷 포트를 통해 감염돼 윈도XP를 비롯한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최신 운용체계의 허점을 노렸다.

범인은 MS사에 대해 돈만 탐내지 말고 시스템이나 잘 만들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것이 조롱이든 경고든 MS사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고 이미지 훼손 등 피해를 주는데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런 의도가 성공하기까지 아무 잘못 없는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 피해를 당해야 했다.

민관의 신속한 대응으로 이번 웜은 피해가 비교적 적었다.

하지만 지난 1월 발생한 인터넷 대란의 경우는 그 피해가 엄청났다.

일부 권역이지만 일시적인 국가 기간 통신망의 마비 사태를 초래했고 천문학적인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수많은 네티즌 개개인들의 시간적 경제적 손실과 고통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의 공적으로 대두

이처럼 컴퓨터 바이러스는 현대 사회의 공적으로 떠올라 사회의 혼란을 부추길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사회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아무나 죽어라는 식의 무차별 살의나, 사익을 위해 공익을 간단하게 유린하는 패싸움식 이기적 주의 주장도 컴퓨터 바이러스의 해악과 다를 바 없다.

블래스트 웜 바이러스는 퇴치됐지만 변종인 웰치아니 소빅F니 하는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네티즌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처럼 인간 바이러스도 끊임없이 창궐하고 있다.

그런 바이러스 중 대표적인 것이 시위.폭력문화라고 할 수 있다.

반탁, 4.19 등 애국 애족, 민주 민생 등 숭고하고 순수했던 시위문화는 해가 갈수록 알게 모를게 '목소리 커야 이긴다'는 과격 폭력 시위로 변질돼 버린 것이다.

이른바 민주화 이후의 크고 작은 시위와 집단행동들은 정신대할머니 시위 등 일부만 빼고는 상당수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독선과 폭력으로 치달았다.

한총련 사태, 불법 파업사태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의 법원 연판장 사건도 이와 전혀 무관치 않다.

시위를 벌였다 하면 경찰과 난투극이 벌어지고 도심 도로는 물론 고속도로, 철도까지 점거해서 국가 동맥을 단절시키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진다.

주둔군 부대에 쳐들어가고 탱크를 점령하는 기상천외한 일도 벌어졌다.

민주를 주창하면서 반민주적 오만으로 무장해 있고, 평화를 외치면서 평화를 위태롭게 하고, 개혁을 주장하면서 반개혁적 행태를 서슴지 않는 풍조가 일반화 되고 있다.

덩달아 정치는 죽을 쑤고 경제는 어안이 벙벙하다.

국가 전체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런 마당에 대구에서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렸다.

북한팀이 참가하기까지 간단찮은 정치적 사건이 있었지만 세계 젊은이들의 축제는 아름다운 것이다.

유니버시아드가 기록을 공인하지 않는 대회인 것은 스포츠 승부보다, 정치적 속셈보다, 축제를 축제답게 즐기라는 뜻이 담겨있지 않을까. 세계 대학생들이 이 축제를 통해 서로를 배우고 이해하면서 진정한 평화와 진보를 체득하라는 것이다.

축제는 축제로서 족하다.

바이러스의 감염을 경계한다.

U대회가 나름대로 바이러스 박멸에 도움이 될 청신한 기풍을 불러일으키는 희망의 대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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