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온와이(Hay-On-Wye)를 아십니까?'
영국 웨일스 지방에 위치한 산골 마을. 허물어진 고성 아래로 탄광촌이 형성돼 있고, 탄광 경기가 끝나자 황폐해진 곳. 리처드 부스라는 옥스퍼드대 출신의 '덜 떨어진' 청년이 헌 책방을 만들면서 인구 1천500명의 마을에 40여개의 서점이 있을 정도로 세계 최고의 헌 책방 마을로 탈바꿈한 곳. 그래서 리처드 부스가 이 마을이 독립국임을 선포하고 스스로 서적왕(King Of Books)에 올라 지배하고 있는 곳.
'헌책방 마을 헤이온와이'(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는 리처드 부스의 자서전이다.
부스는 1961년 헤이온와이에 처음 헌 책방을 열어 이 마을을 세계 최초의 책마을로 만들고 1977년 이 마을을 독립국으로 선포한 뒤, 1998년 독립 21주년을 맞아 전 세계 헌책방 마을을 관장하는 '헌책 제국의 황제'로 추대된 괴짜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책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특히 헌 책방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신화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자서전이라고 해봐야 '어릴 때는 불우하게 자랐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각고의 노력끝에 이렇게 훌륭한 인물이 됐습니다'라는 식의 어투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이 책은 전혀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대대로 군인집안에서 태어나 엄격한 규율과 부족한 것이 없는 나름대로의 부를 누리며 자라온 부스는 악동은 아니었지만 제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반항아였다.
다만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고 학생시절부터 취미였던 헌 책방 돌아다니기를 제외한다면 일반적인 부모로 봐서는 '잘못된 아이'였고, 실제로 그의 부모들도 늘 '쟤 때문에 미치겠어요'라는 말을 들었던 문제아였다.
그가 1961년 폐허나 다름없던 헤이온와이에 책방을 낸 것은 '문제아의 미친 짓'에 다름아니었지만 그 미친 짓 탓에 헤이온와이는 70년대말 수백만권의 장서를 보유한 책마을이 됐다.
그의 이력을 잠깐 보면 고성인 헤이성을 구입해 자기 집으로 삼고, 실수로 성을 태워버리는 가 하면 책마을을 성공시킨후 77년 4월1일 만우절날 '헤이 독립선언문'을 발표, 헤이온와이를 독립국으로 선포하고 스스로 왕이 됐다.
80년대 중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파산했지만 90년대초 프랑스와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서 이를 본뜬 책마을이 만들어지면서 재기에 성공했고 98년에는 결국 헌책방제국 황제에까지 올랐다.
그는 "헌 책의 새로운 정의를 아십니까? 대형 마트에서는 팔지 않는 물건, 그렇기 때문에 작은 마을의 희망이 되는 물건, 그게 바로 헌 책입니다!"라는 명언을 남겼으며 지금까지 헌 책을 팔며 잘먹고 잘살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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